yongkoori yongko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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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le Yongkyu Lee  film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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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한켠 뽀얗게 숨어있던 필름을 찾아들었다.
'와 씨 언제꺼지?'
잊었던 추억 단편들 무수하겠다며 설렜다.
그렇게 거기까지, 다시 놓고 잊어버릴 걸 그랬다.
기억 되찾으며 그 때 감정도 한켠에 솟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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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락 내리락 좋든 싫든 반복되는 고, 저, 그 사이-
'줄곧 볕 따시고 좋은 적당한 데 멈춰있을 순 없나.'
싶다가도, 이내 그럴 순 없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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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따로 만났을 때였지 아마.
나뭇잎의 결따라 모든 게 살랑대고 따스했었다.
그때, 우리는 참 많은 얘기를 했다.
바라만 봐도 입이 씰룩댔고,
길가다 CF 한마디 따라만 해도 자지러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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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서로 일이 고되었고 지쳐갔다.
종잇장보다 얇아진 인내심은 찢어지기 일쑤였고,
눈빛과 말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서로를 베었다.
바라만 봐도 찌푸렸고, 밥먹다가도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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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사랑한다 말했다.
맞다, 사랑한다는 사실이 너무 당연해서 다퉜었다.
어디서든 서로가 서로만을 바라본다는,
그 고맙고 신기한 그걸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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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결따라 그림자도, 빛도 든다.
결국 돌이켜보면 모두 따스했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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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갑갑했어, 고마우면서도.
늘 내게 이기적인 조언을 해줬던거 말이야.
너 혼자만을 위한게 아닌 네 마음 이제 좀 알듯해.
네 잔소리 다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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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골목,
들어가기 전 저 멀리서는 알 수 없었던
작지만 하나 하나 빛나는 네 사연, 생각들-
오늘은 찬찬히 걸으며 네 이야기 느껴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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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뭐든 나누던 한 쌍이었어도
이별은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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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세상은 어두워졌고 홀로 걷게 된 기분.
실연의 시련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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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만인가, 널 우연히 다시 만난 게
하필 썩 낭만적이지 못한 곳에서 마주쳤다.
예전엔 핫플이었다던 번화가 좀 벗어난 뒷골목,
저멀리 왁자한 소리는 들린다만 그게 전부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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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듯 못본 듯 스쳐갔다. 그래, 원래 내게 넌 없는 존재다.
애써 마음 저 깊은 언저리로 쑥- 밀어넣어 두었던,
네 웃음, 추억들 방울방울 들린다만 이제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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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러 온 건지, 누가 누가 잘 참나 시합을 하는건지.
그나마 오가던 말도 멎고, 끔뻑이던 눈꺼풀도 닫혀갈 즈음,
무한한 철썩임 속에서 저 검은 바다의 끝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그 순간에는 파도 소리가 잠시 멎었던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냐며 동의를 구할 데가, 아니 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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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지고, 부족함을 느껴야 비로소 바로 볼 수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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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몇 바퀴 돌아 다시 그때가 다가오는 중이야.
그 때 날씨, 장소, 왜 그리 웃었는지 다 기억나는데,
이상하게 네 표정, 눈빛은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어.
가장 소중한 것부터 잃어가는 느낌이라 그냥 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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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영되는 온갖 것의 색으로 퍼지는 빛의 뒤에는
온 색을 꿀꺽 삼키는 검은 그림자가 꼭 쫓아 붙는다.
어두워 눈물 머금은 듯 검은 마음 들게하기도 하다만
지금 저 빛 없었다면, 반대 방향이기라도 했다면,
드러날 원래 네 색도 곱고 따스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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