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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2.
천국에서 - 김사과
;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어떻게 살고들 있는지 끝없이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묻는 사람마다 정답을 내놓기도 하고 누구도 답을 모르기도 한다. 그것을 배부른 소리라고도 하고 끝없이 생각만 하기도 한다. 이리 저리 비교해봐도 소용없고 스스로에게 집중해도 소용없다. 생각과 행동 둘 중 하나만 있어선 살아지질 않는다. 아니 살아지긴 하는데 사는 것 같지가 않달까? 아니 사는 것 같긴 한데 제대로는 아닌 것 같달까? 범위를 좁히고 작은 것을 실천해가는 것이 삶이라고 내 식의 답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옳은지는 알 수가 없다. 죽어가는 순간에 나쁘지 않았어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죽어가는 순간에야 확인할 수 있어서 사는 동안은 내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누구나 알고 아무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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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대와 저 세대간이 너무도 달라서 서로 이해하고 납득하기 어렵다. 복잡하게 굴 것 없이 개인으로 마주하면 조금 이해도 가고 조금 납득도 되더라. 아,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런데 하면서 조잘대며 간극을 좁혀 갈 수 밖엔 도리가 없다. 모르면 모른 채로 지나갈 수 있는 것과 지나가도 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지금 모르면 영원히 알 수 없게 되버리는 것들이 있다. 나 자신도 사회도 시대도 있는 힘껏 똑바로 보고 바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시간이 가고 나이를 먹는다. 별 수 있나 나이를 먹고 시간이 가는 것을 거스를 방법은 없다. 그것에 대해서도 각자의 속도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강박적일만큼 단호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허허실실하게 되었다. 나이 탓인지 비밀이 많아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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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딘지 전부 내 의사는 아니라도 분명히 내 선택과 결정에 달린 일이긴 하다. 끝없는 의구심이나 불안감도 좀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한 번 뿐이지 않은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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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는 한경희로 불리우는 데서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나는 N과 ***사이에서 잘 자리잡고 있는 걸까? N으로써 했던 글과 사진이 ***으로서의 일상을 지우는 것도 원치 않고 ***으로서의 일상이 N의 생각을 비웃고 싶지도 않다. 누구에게 들켜도 쭈뼛거리지 않기 위해 그 때 그 때 있는 그대로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쪽과 저쪽 사이의 괴리를 감당할 자신은 없다. 그래서 어쩌면 한경희는 프로 주부가 되었다가 잘나가는 사업가로 변모해서 왠갖 생활가전을 만들어내고 이지원과 행복하게 살다가 나이들고 바빠서 데면데면하게 늙어가는 그런...이야기는 아닌 게 당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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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좀 하고 살자.가 이 글의 결론은 아니고 저마다의 삶에 박수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결론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들 어떻게든 살고 있다는 외침이 아닌가 싶다.
#천국에서 #김사과 #창비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101.
헤밍웨이 - 백민석
; 잃어버린 세대는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결정해야하는 세대였을 것이다. 혼란스럽고 갈등하며 반목하다가 동질감으로 술잔을 비우고 마치 생각많은 사춘기처럼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세대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토록 튀어오르고 번쩍거리고 제 각각의 색깔과 모양으로 도드라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막말로 중2병 새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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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로 말하자면 마초라 할 수 있다. 그 마초적 이미지를 한번도 근사하게 여겨본 적이 없다. 자존감 낮은 불쌍한 인간들로 여긴 적은 많다. 과시하기 위해 짓밟고 올라서야 하고 찍어눌러야 하고 나만이 옳은 그들의 세계는 몹시 비틀린 것이라 모든 비틀린 것이 그렇듯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뿐이다. 글에서 자주 만나는 거친 남성성의 아랫부분엔 약한 것을 들키기 싫은 알량한 자존심이 깔려있다. ‘남자가 말이야’ 속에 남성의 자유와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언어 속엔 속박과 구속이 있을 뿐이다. 규정되어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은 강박이 되고 만다. 헤밍웨이 소설 속의 그런 남성들이 근사하게 다가오지 않는데, 과연 헤밍웨이는 진짜 마초였을까? 벗어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비웃고 있었던 건 아닐까? 결국 마초 주변엔 창녀나 여신만 남는다. 관념으로서만 존재한다. 불쌍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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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평생 죽음을 쫓아 다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와 평생을 함께하다 결국 죽음으로 인도한 우울증 역시 작가의 해석과 내 인상은 다르다. ‘오래도록 소년으로 머물러 있는 남자들이 있지, 평생을 그렇게 사는 남자들도 있고. 쉰이 되어도 그런 자들은 소년에 지나지 않지. 위대한 미국 남자들, 그 빌어먹을 이상한 남자들이 바로 그런 소년 어른들이지. (프랜시스 매컴버의 짧았던 행복. 중-)’
이 문장이 헤밍웨이에 대한 내 인상이다. 헤밍웨이는 육체의 성장과 정신의 성장이 불균형했다. 내면의 욕구와 표면의 욕구를 구분하지 못했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고 추구하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무엇을 추구하고 성취하였으나 성취 후의 실망과 불만족이 잘못된 것을 추구한 증거라면 그는 죽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추구하는 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반복된다. 존재의 증명을 위해 위험에 뛰어들고 행복을 위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즉각적인 무엇에 끌려다니며 ‘하고 싶어! 할래!’식의 어린아이처럼 군다. 상대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군림하려 든다. 헤밍웨이는 자신을 모른 채 자신을 비아냥거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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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삶과 문학.
둘을 따로 땔 수 없는 이유는 표면과 내면, 앞면과 뒷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얼핏 삶을 문학에 고스란히 녹인 것 같지만 그린 감정과 느낀 감정 사이의 간극이 너무 절대적이라 우울해진 것이리라. 작가의 머릿속에서(혹은 문학속에서) 벌어지는 과정과 결론응 만족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도무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빙산의 윗부분만 드러난다해도 감춰진 거대함이 있다는 것을 문학에만 적용하고 삶에 적용하지 못한 탓이다. 덜 자란 채로 높아졌으니 더욱 제멋대로 굴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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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하고 괴팍하고 망나니인 헤밍웨이를 좀 더 알아야겠다.
지금의 시선으로 헤밍웨이를 바라보며 때론 변명해주는 백민석 작가의 시선 덕분에 조금은 알 것도 같은 기분이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온 생을 알아야 하는 일이겠지만- 그렇게까지 친해질 생각은 아니니 종종 만나며 조금씩 알아가야겠다.
#헤밍웨이 #20세기최초의코즈보폴리탄작가 #백민석 #클래식클라우드006 #arte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100.
깨끗하고 밝은 곳 - 어니스트 헤밍웨이
;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간극은 점체로 좁혀지질 않는다. 그 간극이 자신을 자빠트리고 깔아뭉개고 짓밟기도 한다.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어서 아예 자신을 망치고 만다. 실제의 나를 아무리 꾸며봐야 모두를 속일지언정 자신에겐 들키고 만다.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진짜처럼 보여도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만은 명백히 알고 있다. 그 고통을 감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벗어날 수 있는 자는 추앙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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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고 깨끗하고 밝고 말끔한 곳이 필요하다. 어차피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곳, 부러 꾸미는 것이 의미 없는 그런 곳. 그 장소에 적응하다보면 받아들이게 된다. 아, 나라는 지독한 인간. 그 뒤에 따라오는 것들 역시 자신의 몫이다. 가능성은 어디에나 있다. 안보인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눈을 부릅뜨면 찾을 수 있을지도?
#깨끗하고밝은곳 #어니스트헤밍웨이 #민음사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99.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 헤밍웨이 만나기 프로젝트로 이십몇년 만에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는다. 이십몇년 전으로 거슬러 가도 아주 어린 아이는 아닌 것이 나도 나이가 제법 되었나보다. 그래도 아직 노인이 되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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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날 것의 문장들을 만나는 것은 꽤 오랜만이다. 세련되게 꾸며지고 그리듯이 펼쳐지는 것이 아닌 체험에서 나올 법한 가감없는 문장들. 솔직함을 증명하려 부러 날을 세운 것도 없이 그저 그대로의 문장들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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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말을 건다. 누군지도 모를 대상을 향해 혼잣말을 하고 새에게 말을 건네다 자신에게 말을 걸고 물고기에게도 말을 건다. 소년이 함께 없어서 아쉽고 새가 가버려 아쉽다. 그것은 그저 아쉬움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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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에서 우리는 노인의 의지와 강인함을 말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그것밖에 남지 않은 노인의 처절함은 그의 우직함 뒤에 숨어있다. 소년이 돌보지 않으면 굶기 일 수인 뼈 굵은 어부는 그것 외엔 아는 것이 없다. 어부가 아닌 자신은 기억에도 없다. 그대신 바다에 대해서 만큼은 물고기를 잡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알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연히 알게 되었고 그것을 자신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아직 괜찮아와 자신을 늙은이라 지칭하는 두 마음 사이에서도 내일을 본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힘을 다하면서도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운이라고 내일의 희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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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것이 그저 떠밀리는 것이 아닌 처절한 전투라면 난 어디쯤에 있을까? 돌격형 전투원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고 전략형도 아닌 것 같고 그저 전투에 내성이 슬슬 생겨가는 중인 것만 같다. 익숙한 만큼 노련해지면 좋은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련지 모르겠다.
#노인과바다 #어니스트헤밍웨이 #더클래식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98.
퇴근길엔 카프카를 - 의외의 사실
; 리뷰가 그림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매일같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 사실 리뷰도 서평도 감상문도 이도 저도 아닌 끄적거림에 불과하지만 그 끄적거림이 끝나야 완전히 책을 읽었다는 기분이 들곤 한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러했는데, 한동안 책도 거의 읽지 않았고 끄적거림도 없다가 이렇게 sns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렇게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가는 즐거움도 컸다. 그래도 좀 더 잘 읽고 싶은 마음과 좀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그 땐 두툼한 노트에 썼고 지금은 이렇게 핸드폰으로 쓴다. 그림을 늘 동경했으니 글 말고 그림으로도 표현해보고 싶지만 그 애매하고 두루뭉술한 느낌을 표현할 재간이 없다. 여러모로 부러운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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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더 읽고 싶다. 아니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에 씌여지고 그려진 책들을 다 읽고 싶어졌다. 그런면에서 위험하다. 역시 책이 더 많아서 읽고 싶을 때 스윽 꺼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그랬다가는 작은 집이 무너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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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읽기가 정답인가에 대해 늘 생각하지만 결론은 늘 같다. 내 식대로 내 멋대로 읽고 만다. 나중에는 좀 더 잘 읽고 싶어질 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감사하다. 그래도 이 정도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감상에만 치우치지 말고 내 기분과 감정만 앞세우지 말고 더 깊게 찬찬히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니 반갑고 얼마쯤은 닮은 것도 같아 더 반갑다. 이런 얘기들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하면서도 결국 혼자가 제일 편하고 애써 누굴 찾는 게 어렵기만 하다. 앞으로도 주욱- 이런 책을 내주었으면 싶다. 혼자 몰래 엿보고 맞아, 그렇지 하다가 아, 그랬나 하며 비밀친구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퇴근길엔카프카를 #의외의사실 #민음사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97.
담요 - 크레이그 톰슨 ; 아주 두툼한, 벽돌 4개쯤은 될 법한 만화책이다. 한참 전에 구입해 비닐도 벗기지 않은 채 두었다가 얼마전에야 책장에 자리를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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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성장. 아주 어릴 적엔 다니라고 해서 교회엘 다녔다. 그게 당연했고 익숙했다. 주일마다 교회를 나가고 어린이 성가대를 하고 구역예배에 참여하고 그래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궁금하지도 않았고 뭔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교회와 일상 사이에는 불가침 조약이 라도 맺어진 듯 했고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그 때, 그 시기부터 꽤 오래 두려웠다. 내가 잘못된 존재일까봐 내 안에 나쁜 마음과 보여지는 잘못된 행동들이 점점 더 자라나 나이를 먹을수록 악한 존재가 될까봐 두려웠다. 성경과 천국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이 교회에 빠지지 않던 때였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절대적으로 악한 존재가 나일까봐 끝없이 불안했다. 중학교 무렵부턴 교회에 가는 것이 금지되었는데 2학년 때부터 몰래 다녔다. 학교에서 성경공부 모임을 하고 교회일에 참여하고 성경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쭈욱- 교회를 다니기도 하고 안다니기도 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다가 감사하다가 하면서도 한순간도 의심한 적은 없다. 하나님과 천국에 대해. 내가 의심한 것은 그것이 내게 허락되었는가에 대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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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교회와 교인과 하나님을 종종 동일시한다. 하나님을 욕보이는 교회와 교인이 있다는 것을 잊는다. 교회와 교인들이 하나님을 오해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거기엔 가득한 욕심이 있어서 일 뿐, 하나님의 잘못이 아니란 사실을 눈감는다. 그래도 하나님은 여전히 그렇게 계신다. 억울하실 것 같은데 그래서 너무 죄송한데 그렇게 그대로 계신다. 사람들은 증거를 원한다. 눈에 보이게 실감나게 짜잔-펑 하는 극적인 증거를 원한다. 왜 하나님이 그 증거를 보여줘야 하지? 다른 증거가 왜 필요하지? 나는 필요없다. 그저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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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를 만들면서 담요를 읽는다. 애정어린 어린시절의 추억의 물건 따윈 없다. 많은 부분을 도려내고 희미하게 기억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도 한여름에 태어난 첫손주를 위해 친정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작고 얇은 이불은 벌써 14년이나 되었다. 내가 만든 담요들도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나를 안아줄테지. 커다랗게 만들어볼 생각이다 더 많이 덮이도록.

#담요 #크레이그톰슨 #미메시스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96.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 이기호
; 짧은 여러 이야기들 중 첫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불쑥 짜증이 났다. 5년 만에 내는 장편소설도 아니고 소설집이면서 거기에 또 전에 쓴 글을 끼워넣는단 말인가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찌질한 이기호 작가가 싫었다. 글에 등장하는 작가가 그의 온전한 모습이 아닐텐데도 마냥 싫었다. 찌질하고 한심했다. 결과론적으로 결혼 후 아내를 힘들게 하는 작가가 싫었다. 나설 때 나서지 못하고 변명하고 숨고 핑계 대는 것이 너무 싫었다. 짐짓 개인적인 감정이 솟구쳐(일면식도 없고 그의 소설을 별로 읽지도 않아놓고-) 찌질한 사람은 결혼하면 안되는 거라고 분기탱천하곤 했다. 그런 마음으로 남은 여러 이야기들을 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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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버린 사람들. 사실 저마다 누구나 얼만큼의 찌질함을 안고 산다. 표출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도 총체적으로 찌질한 인간이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찌질하게 굴거면 차라리 욕을 좀 얻어 먹더라도 솔직해지자고 그렇게 좀 당당해지자고 외치고 싶어진다. 어쩌다 그렇게 되버린 사람들의 숱한 변명과 핑계를 잘 알고 있다. 나역시 그렇고- 어쩌다 그렇게 되버린 것인지도 알 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서 스스로도 막막하고 불편한 사람들을 잔뜩 봐왔다. 달라질 것도 없이 계속 그렇게 살아간다. 그것이 온전히 그들의 탓이기만 할까? 전부 스스로 감당하고 서로 잔뜩 불만을 안은 채 살아가고 신세한탄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게 그들 탓이기만 할까? 내 불편이나 분노가 그들 개인을 향한 원망인지 사회나 제도를 향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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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겐 각자의 사연과 사정이 있다. 그것을 다 모른 채 그저 비난 할 수 만은 없다. 그 사연과 사정이 말끔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정상참작이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 멈출 수 없어서 더 가버린 사람들을 돌이켜 세울 무언가가 없다는 것이 슬프고 화가 난다. 분명 어딘가 무언가 있을 텐데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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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내게 자격이 없다.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꾸준히 써대는 작가를 괜히 비난할 이유도 없다. 한 낮, 팔자 좋게 어제 배달시켜 먹고 남은 족발을 뜯으며 맥주를 한 캔 비우고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읽었다. 그래 다들 그렇게 살지. 내가 뭐라고 할 일은 아니지. 그래도 최소한 법은 지켜야지. 네가 했으니 나도 당연하다고 생각진 말아야지. 이런저런 다짐들을 하며 불편한 마음을 접어둔다. 내가 예민하고 날카롭고 짜증이 많다면 그것은 내가 그것들을 견디지 못해서일 뿐이다. 내가 뭐 특별하게 괴롭고 아픈 삶을 산 것도 아니고 그냥 저냥 살아왔을 뿐이다. 견디지 못한다고 비난하면 또 그러려니 하며 너는 날 모른다고 변명해본다. 그러다가 너는 뭐 크게 다르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참 싫지만 내 찌질함을 인정할 수 밖엔 없겠다. 그러니저러니 작가의 찌질함을 나무란 것에 작은 빌라 신발장 만큼의 죄책감을 가져본다. 곧 잊겠지만.

#누구에게나친절한교회오빠강민호 #이기호 #문학동네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95.
플로베르의 앵무새 - 줄리언 반스
; 이제껏 만난 줄리언 반스와는 살짝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만난 줄리언 반스는 노년에 접어든 후 였다. 이 글은 무려 30대에 쓴 글이니 좀 생경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플로베르에 대해서는 ‘보바리 부인’이 전부인(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의 작가로 불리길 싫어했다는데?) 나로선 더욱 그랬다. 하지만 상관없다. 플로베르에 대해 몰라도 앵무새에 관심 없어도 무관하다. 명백히 플로베르를 변호하는 글이지만 교묘히 비난하는 것도 같은 작가 특유의 글 임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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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우리가 굳이 작가의 사생활이나 내면세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면 복잡해진다. 허나 대부분의 작가는 글에서 자신이 드러난다. 파헤쳐진 사생활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면 글을 읽다보면 어쩐지 작가와 친해진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어쩌다 마주한 작가의 사생활에 작가의 글이 궁금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직접 마주하고 한참 수다떨 수 없다면 누군가의 시선을 거쳐서 듣는 사생활이 전부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슬쩍 엿보는 정도야 호기심 문제로 남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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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하듯 따라간다. 여러 소문에 대해, 부당한 평가에 대해, 남겨진 작가의 글에 상상력을 더해 다가간다. 좋아하면 관심이 가게 마련이고 관심이 가면 아는 것이 많아진다. 어느 순간 난 누구누구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단언하고 적을 무찔러 나간다. 적은 굳이 싸울 마음이 없었더라도 크고 작은 승리에 목청이 높아진다. 결국 마주하는 것은 전부 진짜는 아닐 수도 있다고 어차피 알 바 아니라는 결론 뿐이다. 결론이 뭐가 중요한가 그 과정이 신났으면 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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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덕분에 플로베르가 살짝 궁금해졌다. 늘 그렇듯이 책은 다른 책을 부른다.
#플로베르의앵무새 #줄리언반스 #열린책들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94.
용감한 친구들 1,2 - 줄리언 반스
; 원제는 ‘아서와 조지’라고 한다. 난 역시 원제가 마음에 든다. 한국어판 제목은 느낌이 너무 가볍고 주제와도 동떨어진 느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기도 친구도 이 책의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나처럼 작가별로 뒤지고 찾아보는 사람들에겐 아무 관계없다. 약간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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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관계없는 두 소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혀 다른 성격과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하나의 점접도 없는 이야기가 외따로 그려진다. 과연 우리가 그들의 성장과정을 알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복잡해진다. 그저 이야기일 뿐이라면 필요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의 줄거리 중심의 기승전결이 분명한 이야기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야기와 인물을 통해 작가가 하고픈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이번은 진실과 믿음이 주제라고 내멋대로 결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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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부터 줄리언 반스는 똑똑하고 재밌는 할아버지라는 인상이었다. 그의 나이나 글에서 느껴지는 고루함이 아닌 죽음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가장 먼저 만났기 때문이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그토록 낄낄거리며 읽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물론 책 제목부터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이었지만 말이다. 이 인상은 작가의 소설을 계속 만나면서도 변하지 않는다. 조금씩 추가될 뿐이다. 아주 기발하고 위트있는 무신론자 할아버지, 엉뚱한 소리로 웃겼다가 한참 후 울게 만드는 이상한 양반 정도의 변주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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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허구를 어떤 비율로 얼만큼 잘 버무리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그 이야기 속에 뭘 담았는가에 매번 놀란다. 아서 코난 도일과 영국의 상고법원과 파리시 사이의 접점. 거기에 양념 삼아 심령술과 스캔들을 뿌린다. 어떻게 믿을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떤 것이 진짜고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늘 열린 태도를 취한다. 관점의 차이, 입장의 차이, 인간이 가진 방어본능과 유약함이 모두 드러난다. 결국 진실은 없다. 아니 진실은 있으되 모두 각자의 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믿어야 하는가. 이 부분이 재미나다.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다. 저마다 모두 다른 진실을 들고 따지자는 게 아니다. 그 진실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 어떤식으로 그 믿음을 다져가고 확신할 것인가. 작가는 자꾸 우리에게 질문한다. 묻고 묻고 또 묻는다. 이 이야기에선 이것을 묻고 저 이야기에선 저것을 물으며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용감한친구들 #줄리언반스 #다산책방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93.
연애의 기억 - 줄리언 반스
; 줄리언 반스의 말과 글과 생각은 늘 납득이 가능했다. 그것이 내 것과 꼭 같지 않아도 일정부분 수긍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흥미로웠다. 삶이든 죽음이든 사랑이든 세상이든 간에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그런 것도 가능하지라고 여겨졌다. 생각을 거듭하다가 마주하는 주관적인 결론이 그저 글이 아닌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랍기도 했다. 그래서 늘 기대하고 늘 만족한다. 요 몇 년 사이 가장 마음을 움직인 작가라면 단연 줄리언 반스였다. 뒤늦게나마 그를 만난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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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너무 많은 말과 글과 생각과 이야기가 있다. 그것 모두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라서 인정하고 말 것도 없다. 그저 그런 사랑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무엇이 사랑이고 아닌가에 대해 과연 어떤 것이 사랑인가에 대해 진정한 혹은 지나치게 가벼운 사랑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고 만다.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이 있는 걸까라고 그것이 과연 사랑이었을까를 생각하다보면 끝없는 굴레에 갇힌 기분이 되고 만다. 이런 사랑도 저런 사랑도 있다. 때론 우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망치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한다. 그 무수한 사랑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허세를 떨 수야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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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형태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쿠키틀이 떠오른다. 엇비슷한 쿠키틀로 찍어내도 조금씩 다르다. 한 점의 오차없이 꼭같은 모양으로 찍어지진 않는다. 대충 보면 다 거기서 거기지만 일단 찍는 과정에서부터 조금씩 달라진다. 분명 같은 쿠키틀로 찍었는데도 말이다. 거기에 구우면서 또 달라지고 판에서 떼내면서 또 달라지고 장식하는 데서 또 달라진다.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모두 하트모양 쿠키인 것이다. 그 하트모양쿠키에 돌이 들어가거나 머리카락이 들어가거나 실수로 녹지 않은 설탕이나 소금이 잔뜩 들어갔을 수도 있다. 모두 가능성의 범주에 있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쿠키가 있을까. 쿠키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다고 쿠키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직 쿠키를 맛볼 수 없는 이가 나지 않은 영유아는 내멋대로 제외한다.
_ 일반적인 연애의 기억과는 그 비율이 다르다. 우리는 보통 연애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긴장과 설렘이나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잔인하거나 슬픈 연애의 과정과 연애가 끝난 직 후의 절절한 아픔에 대해 기억한다. 연애의 시작과 그 과정과 이별 직 후에는 비친듯이 사랑에 대해 탐구하지만 그것이 모두 끝나고 기억이 순차적이지 않고 상대의 몸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이미 사랑이 아니고 연애도 아니어서 그저 과거의 작은 부분이 되고 만다.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 그건 사랑은 아니었다고 그런 연애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그 부분을 도려내고 싶다고 혹은 미련, 그리움 등으로 남는다. 어떻게든 그 기억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머문다. 현재의 내겐 작용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이야기나 언뜻 떠오른 생각 정도일 뿐.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도록 나를 지배하고 뒤흔들고 가로막진 않는다. 아니 사실은 그런 연애도 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연애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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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가 이야기를 엮어내는 과정을 사랑하므로 다음 책도 줄리언 반스. 아껴둔(?) 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연애의기억 #줄리언반스 #다산책방 #다산북스서평단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92.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세사르 바예호
; 기억으로만 존재할 것 같은 마추픽추 외엔 아는 것도 없는 익숙하고 희미한 나라의 낯선 시인을 만난다. 시인을 만나다보니 그 시인의 나라에서 끔찍한 순간들이 있었을 거라고, 아픈 사람들이 넘쳐났을 거라고 알지도 못하는 역사를 기억해낸다. 더 먼 옛날의 그림도 기록도 찾기 힘든 과거의 나라같던 페루에 사람이 나고 살고 죽고 몸부림쳐온 것을 덥석 집어들고 찬찬히 쳐다본다. 그래서 그렇게 울면서 시를 쓴 건가-하고 이해하는 척 해 본다. ‘한의 정서’를 교과서에서 배운 나는 ‘한’이 여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 먼 타국에도 잔뜩 있구나 하고 주억거린다. 간절한 절망과 참담한 희망을 이리저리 엎었다 뒤집었다 하며 앞,뒤를 고른다. 앞이 나오든 뒤가 나오든 그 반댓면이 사라지진 않지. 거기 바로 찰싹 붙어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자주 깜빡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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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나라가 페루냐, 스페인이냐를 묻기전에 정치에도 이념에도 분쟁에도 휘말리지 않고 어떤 갈등도 혼란도 없이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이 있기는 한가 땅 위에 존재하긴 한가 생각한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고 아프지 않은 가족이 없고 아프지 않은 마을이 없고 아프지 않은 나라가 없고 아프지 않은 세상이 없어서 아픈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열심히 혹은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 조각의 평안과 안녕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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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의 발음도 편치 않은 이름이 시인이 낯선 언어로 쓴 시여도 좋았다. 아니 싫었다. 아니 슬펐다. 살아가는 것은 한가지고 사람은 다 한가지지 싶어 고맙고 미안했다. 그래, 시의 이런 면은 참 근사하다. 주제가 무엇인지 알 지 못해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어딘가 알겠는 그 마음. 그런 마음을 주는 시들은 참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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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백석의 시 몇 개를 읽던 김슨생이 말했다. 시를 읽다보면 시인의 눈동자가 떠오르는 게 있다고 시인의 눈동자 시인의 시선, 시인의 앉음새가 떠오르는 시들. 멀고 투명하든 어둡고 탁하든 날서고 아리든 그런 눈으로 무엇을 좇으며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나는 그 눈길을 따라가며 한 마디라도 들을 수 있을까.
#오늘처럼인생이싫었던날은 #세사르바예호 #다산책방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91.
그 저 울 수 있을 때 울고 싶을 뿐이다. - 강정
; 좀 지독하다. 읽는 내내 무엇을 읽고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대개 한 번 집어들면 끝까지 단숨에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거진 1년이 걸렸다. 이만큼 읽고 덮어두고를 열 댓 번은 반복해야 했다. 결국은 오기가 생겨 이 책을 어떻게든 다 읽고 말겠다는 다짐마저 하게 했다. 어려운 것과는 꽤 다르다. 마치 겨울 읽을 수 있는 다른 언어로 된 글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 시인의 언어란 이런 것인가? 어디에 존재하는 지도 알 수 없는 언어로 타인의 이해따윈 개의치 않고 그저 던져놓는 것일까? 분명 벼르고 별렀을 생각과 마음과 단어들인데 나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활자를 머릿속에 주입해야 했다. 그저 활자를 머릿속에 집어 넣고 소화불량을 견디다가 한계점에 달하면 책을 내려놓았다. 머릿속의 활자들은 부유물처럼 떠돌다가 한 글자가 추가될 때마다 밀도가 높아져갔고 결국은 짜부러지고 바스라지며 기이한 모양새가 되곤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보겠다고 애쓰다가 그 중 어느 활자인가는 곱씹기도 했다. 곱씹은 몇 활자만 머릿속에 남고 그 잔해들은 추상화도 아니고 매직아이같은 그림자가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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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인간이라 복잡하고 어렵고 엉켜있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나는 이해하길 좋아하는 인간이라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로는 고개도 잘 돌리지 않는다. 지극히 관념적인 시인지 산문인지 그로테스크한 조형물인지도 알 지 못한 채 책을 덮었다.
다 읽었다는 것에 안도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혀진 페이지들이 너무 많다.
#그저울수있울때울고싶을뿐이다 #강정 #다산책방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90.
푸치니 - 유윤종
; 푸치니는 게으르고 산만한 완벽주의자다.라는 결론!
푸치니의 천재성을 결과론으로 따지자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푸치니가 취향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가 대단한 음악들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푸치니는 오페라의 거장이다. 푸치니의 곡인 줄도 모르고 우리는 빈번히 푸치니의 음악을 만난다. 여기저기서 익숙하게 흘러나온다. 이게 푸치니의 음악이었어? 푸치니가 대체 누군데?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귀에도 그의 음악은 익숙하다. 그것을 천재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글을 읽는 내내 푸치니를 만든 사람은 그의 어머니였구나 싶다. 생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말이다. 만약 그의 어머니가 없었다면 몹시 산만하고 게으르고 낙제생이었던 푸치니에게 자신감이 있었을리가 없다. 자신의 재능에 대해 신뢰할 수 있을 리 없다. 푸치니의 천재성은 태생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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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생활은 접어두자. 따지고 들자면 과거에 한 예술하신 분들 중 마음에 쏙 드는 분을 찾기란 요원하다. 푸치니는 유독 세련되고 매너 좋다는 평이 많은데 거기에 훤칠하니 잘 생긴 데다가 감수성 예민하고 백만장자라니 거의 동화 속 주인공에 버금간다. 세상은 역시 불공편한가도 싶어진다. 오페라를 좋아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뮤지컬은 좋아하고 오페라는 아직 어렵다. 신기하게도(아니, 당연할지도-) 유일하게 직접 본 오페라가 나비부인이다. 그것도 혼자가서 봤으니 참 이상한 이십대였구나 싶다. 혼자 앉아 무대만 오도카니 보며 감탄하다 종종 눈을 감고 음악을 들었다. 이십년 가까이 그 팜플렛과 음반을 가지고 있다. 음악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도 초초상의 집은 생생하다. 새로운 세계였다. 현실이 턱없어서 그 세계로 눈을 돌리진 못헀지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세대를 거슬러 사람들을 사로잡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렇게 푸치니의 세계를 엿보고 나니 마리아 칼라스부터 시작하고 싶어졌다. 이렇게 내 좁은 시야는 조금씩 확장되어 간다.
#푸치니 #유윤종 #클래식클라우드05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89.
아가씨와 철학자 - 스콧 피츠제럴드
; 대체 1900년대 초는 어땠던 것일까?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 외에 실재가 궁금하다. 생생한 그 당시의 현실들. 어떻게 그렇게나 다양하고 엄청난 문화가 폭발한 것일까. 펑하고 터지듯이 쏟아져나온 그 많은 것들을 그 당시엔 어떻게 감당했을까. 진심으로 그 시기로 가서 살아보고 싶다.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없데도 그 분위기는 느낄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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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근사한 문장들이다. 그저 문장의 아름다움으로 그쳤다면 이렇듯 오래 남아 사람들을 건드리진 않았을텐데 엄청난 것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마음을 건드리고 생각을 멈추게 한다. 찬란한 역설과 아름다운 모순과 빛바랜 갈등.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번쩍거림이 모두에게 주어졌던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나 계속된 것도 아니었으니 그저 상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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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등장하는 아가씨들은 매혹적이고 과감하고 거칠 것 없이 당당하다.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든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젤다의 투영일까? 그들이 가진 신비하고 단순한 반짝임이 그에겐 쟁취하고픈 이상이었을까? 반면 철학자로 대변되는 남자들은 꽤 다양한 면을 드러낸다. 반짝거리는 아가씨를 꿰뚫어보기도 하고, 사로잡히기도 하고, 평생에 걸쳐 저주하기도 하고, 깨닫고 변화하기도 한다. 이쪽이 인간이라면 저쪽은 모종의 트로피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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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의 글보다 삶을 더 많이 얘기하기도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엄청난 성공과 휘몰아쳤던 그의 사랑과 삶에 대해서는 끝없이 회자된다.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초기 단편들인데도 전혀 아쉽지 않다. 오히려 단편이라 빛나는 이야기들이랄까. 젊은 그의 갈등과 고뇌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간절한 바람을 위해 끝없이 올라가야했던 작가는 원하던 것을 움켜쥔 후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허망하게 사라질까 두려워했다. 그가 만난 새로운 세계에 완전히 녹아든 것 같아도 늘 혼란스러웠던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을 잃고 마지막까지 붙잡았던 것은 역시 글이었다. 작가의 글 속엔 작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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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과와 고양잇과에 대해 말한다. 태도로 보아선 작가는 개보단 고양이를 좋아한게 아닐까 싶다. 아니면 고양이를 무서워했거나 고양이가 되고 싶었거나 고양이를 사랑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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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작을 읽었으니 마지막 장편을 읽을 생각이다. 그의 20대와 40대는 어떻게 다를까.

#아가씨와철학자 #스콧피츠제럴드 표지가 근사한 #펭귄클래식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88.
유성의 인연 - 히가시노 게이고
; 인연이라는 단어는 종종 연인으로 발음하게 된다. 어째서 일까. 저런 류의 단어들은 다 그런걸까 싶어 찾아보려니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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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로 시작해 판타지로 끝난다. 결국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은 판타지가 아닌가 싶다. 동화같은 결말, 말도 안되는 상상을 소망한다.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밀며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미스테리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의도가 나쁘지 않으니 결과가 악해도 봐주자라는 기분이 들어서 좀 못마땅했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또 불쑥 괜찮다는 말을 건네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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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별똥별은 없다. 밤하늘을 진득하게 올려다본 적도 없다. 이십년 전 쯤 누군가 별이 가득한 여름밤하늘을 같이 보자고 했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별에 대해서라면 아무 것도 몰라서 다행이기도 아쉽기도 하다.
#유성의인연 #히가시노게이고 #현대문학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머리 식힐 겸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을 읽었으니 이제 미간에 주름잡을 책을 들어야하나*_*

18-87.
괴소 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 어쩌다보니 줄줄이 히가시노 게이고.
이 전 소설보다는 이쪽이 취향에 가깝다. 이상하고 웃기다가 뒤통수를 치기도 하는 짧은 이야기들이다. 역시 읽다가 웃다가 갸웃거리다가 한숨을 쉬다가- 사람들의 망상을 만나며 상상한다. 나는 아무래도 변온동물같다. 거기에 설치류가 아닐까 싶고 하지만 체격이나 울음은 커다랗고.... 잡식성에... 으흠. 일단 영장류는 아닌 것으로*_* 표지가 안 이쁘다... 췟

#괴소소설 #히가시노게이고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86.
회랑정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 마치 코난과 김전일을 소설로 읽는 느낌! 물론 코난과 김전일은 없다. 마지막에 짜란-하고 정리해주지 않는다. 일본스러운 미스테리와 일본스러운 복수극인데, 너무도 익숙해서 애니메이션 보듯 읽어버렸다. 그래, 돈이 무섭긴 하지. 사람이 무섭긴 하지.
#회랑정살인사건 #히가시노게이고 #랜덤하우스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85.
불온한 숨 - 박영
; 마치 현대미술처럼 현대무용도 그로테스크해서 해석을 듣기 전엔 감상하기 어렵고 해석을 듣고나선 꿈보다 해몽이구나 싶어진다. 그 중에서 극히 드물게 시선을 사로잡고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선뜻 다가갈 수 없다. 극히 드문 확률로 감동할 지 높은 확률로 불편해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디 영화들도 종종 그렇다. 다행인 것은 활자의 경우는 수용 폭이 넓다는 것이다. 대개가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할란 엘리슨
정도까지는 괜찮다. 그 이상은 감당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_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아직 한국 작가들에게서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자극은 없었다. 그만큼 드러내기엔 한국은 편협한 사회다. 웃긴 것은 성문화만큼은 관대하다는 것인데, 그것도 한 쪽 성에게만 관대하다는 것이 가장 웃긴 점이다. 웃기다고 말하면서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아니 눈까지 웃을만큼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다.
_
인정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시 되왔다. 그냥 그 자체로는 부족한 것이다. 인정욕구 자체가 위험하거나 나쁘진 않다. 일종의 본능일 수도 있겠다. 다만 우리는 그것에 지나치게 사로잡혀선 안된다. 지나치면 우리를 우리가 아니게 만들고 좀 먹고 곪게 한다. 인정욕구 차원이 아닌 생존투쟁이 되어선 안된다. 그렇게 만들어선 안된다. 그렇게 몰아가선 안된다.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괜찮다. 존재와 가치는 살아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 증명을 위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쳐선 안된다. 잃고 난 후엔 돌이킬 수 없다.
_
처음에는 자극적이고 적나라하다고 생각했다. 뒤로 갈수록 감각적이고 다정하다고 생각케 되었다. 괜찮다는 말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 세상일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에 마음을 다치고 마음을 닫고 살아가고 있을까.
#불온한숨 #박영 #은행나무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84.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 결정적인 순간이면 ‘여자’라는 꼬리표가 슬그머니 튀어나와 시선을 가리고, 뻗은 손을 붙잡고, 발걸음을 돌려놓았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다. 72p
주어진 권리와 해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 139p
배려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항의를 해야 할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고. 100-101p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관심사와 재능까지 제한받는 기분이었다. 설렘은 잦아들고 무기력이 찾아왔다. 163p
김지영 씨는 한 번씩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기도 했고, 죽은 사람이기도 했는데, 모두 김지영 씨 주변의 여자였다. 아무리 봐도 장난을 치거나 사람들을 속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 감쪽같이, 완벽하게, 그 사람이 되었다. 165p
김지영 씨가 선택해서 내 앞에 펼쳐 놓은 인생의 장면 장면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내 진단이 성급했던 것을 깨달았다.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뜻이다. 170p
나는 아내가 그보다 더 재밌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그거밖에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꼭 하고 싶어서 하는 일. 174p
_
책을 읽고 문장을 옮겨 적으며 이건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논픽션도 아니고 르포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하도 뜨거워서 손이라도 데일까 궁금해도 읽지 않았던 책이었다. 동생네 책장에서 빌려왔는데 올케만 읽은 것이 아니라 동생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_
김지영 씨는 너무도 일반적이고 무탈하게 살아온 편이다. 그 또래의 여자들 중 그래도 큰 아픔없이 살아온 축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도 남편도 그만하면 나쁘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김지영 씨의 삶이 힘들다고 생각한다. 김지영 씨의 병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정한다. 나는 고작 저 정도로? 라는 마음이 드는데도 그렇다. 그렇다면 김지영 씨보다 더 힘들었던 사람들이 버티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는 오늘 나를 좀 칭찬하고 다독여야겠다. 자잘못을 따지다가 늘 내탓이라 여겼던 많은 상처들을 위로해야겠다. 어제 아들에게 한참 얘기했다. 여자가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에 대해, 엄마가 어린 시절부터 겪어왔던 많은 일들에 대해 말했다. 중학생인 아들은 대낮에 취하거나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제가 앞에선다고 말했다. 엄마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직 지킬 힘이 없고 약한 것이 좀 걱정이라고 말했다. 평소 엄마의 강함(남자다움)에 대한 농담을 많이 하는 녀석인데도 그런 마음을 가진 것이 대견하면서도 씁쓸했다. 모두 알고 있다. 유불리에 따라 외면할 뿐이다. 문장마다 첨언할 수 있을 것 같은 김지영 씨의 삶의 이력은 너무도 적나라하다. 그렇게 까발려졌어도 많이 순화되었다고 여겨진다. 남자들이 읽어도 같은 생각을 할까? 군대와 책임감에 대해 성토할까? 그냥 그런 삶, 모르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볼 생각은 없는 걸까?
#82년생김지영 #조남주 #민음사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8-83.
흑백 - 미야베 미유키
; 일본은 기담 혹은 괴담을 꽤나 좋아한다. 아마도 다양한 신이나 요괴에 익숙한 탓이 아닐까 싶다. 종종 일본의 종교에 놀라곤 한다. 현대의 선진국에서 저런 종교관이라니 너무 이상하게 느껴진다. 뭐, 그덕에 미스테리가 발달한 걸지도 모르겠다.
_
특히 미스테리 시대물에선 산자와 죽은자, 이 세계와 저 세계, 기이한 사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소설 역시 그렇다. 기이한 이야기들에 둘러쌓인 기분이다. 최근 읽은 미미여사의 소설 중 가장 만족스럽다. 기이한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기이한 이야기들이 위로와 치유를 위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미스테리 시대물이지만 치유물이랄까?
_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사연에 위로 받곤 한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라며 비교우위에 놓고 안도한다.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괜찮기 위해선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고 그 근거를 타인의 상황이나 사연에서 찾는 것이 제일 쉽게 느껴진다. 사실 그건 착각이다. 쉬운 것 같고 확인한 것 같은 착각. 짧은 안도 뒤에 더한 절망이 놓여있다. 우리가 타인의 삶과 사연에서 배워야 할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저보다 못하고 저보다 낫고의 비교가 아니다. 그저 그렇게들 살아간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찬찬히 풀어나가는 일. 그것이면 된다.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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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본 사람은 아픈 마음을 잘 안다.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다. 아파본 것이 잘한 일이라고 할 수야 없겠지만 그 아픔이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도 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서 이 지독한 아픔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막연하게나마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계속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흑백 #미야베미유키 #북스피어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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