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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
[ 북유럽 신화 - 닐 게이먼 ]
키득키득 웃다가 그 잔인함에 찡그리다가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재미나게 읽었다.

이 신화를 만들어낸 처음 이야기하고 그것에 살을 붙여간 사람들은 로키에 대한 '애증'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로키는 모든 욕구의 산물이라 할 수 있고 아마도 그를 통해 신들과 대적하는 인간을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토르를 표현한 것은 한 문장으로 충분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토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229p

북유럽 신화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다. 좀 더 알고 싶어진다면 다른 책이 필요하겠지만 이 책은 신화의 처음부터 끝을 아우르는 이야기 이기에 쉽게 접근해 즐길 수 있겠다. 볼군이 좋아할 듯!
신화는 그들의 세계관에 맞춰 만들어진다. 과거의 북유럽을 상상하자니 현재의 평화롭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그들과 너무도 상이하다. 그 극단적인 변화는 문명의 발달일텐데, 문명의 발달로 가장 자연스러워진 지역은 그 지역 뿐인 것 같다. 과거에 잔인함과 흉폭함을 모두 써버린 탓일까? 이제 더 이상 혹한이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기 때문일까?
#북유럽신화 #닐게이먼 #나무의철학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79
[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 버지니아 울프 ]
물론 작가가 정한 제목이 아니고 편집자가 정한 제목이다. 작가는 아무 직접적이고 확고한 제목을 선호했다. 예를 따로 들고 말 것도 없다. 잡지에 연재된 글이라하니 작가의 어떤 글보다도 대중적이고 가벼운 것은 당연하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고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하는 걸까- 시선과 태도는 얼마나 많은 것을 좌우하는가-
나는 떡볶이를 보며
1. 탄수화물이 너무 많다. 신선한 풀이 먹고 싶지만 장보러 나가는 것은 위험하게 느껴진다.
2. 인간은 왜 먹어야 하는가. 아니 나는 왜 굳이 먹으려 애쓰는가.
3. 역시 떡볶이엔 밀크티보다 얼그레인데 게으름이 부조화를 만들어냈다.
4. 떡볶이를 싫어한다는 @jorba 는 부탄으로 출발했을까 꽃무늬원피스를 입고?
5. 떡볶이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집집마다 가정식 레시피가 있을테고 가게마다 레시피가 있을테고 요즘은 크림소스, 짜장소스, 간장 등등 다양한 소스의 변화가 있는데- 된장떡볶이도 나오려나?

이런 잡다한 생각 말고 무엇을 대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얼핏 본심을 드러낸다. 버지니아 울프가 런던을 산책하며 생각하고 상상한 것들은 아마도 작가 자신이 가장 골몰하는 무엇과 닿아있을 게 궁금하다. 그런면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삶에 닿아있는 것들은 즐거움을 준다.

산책이 가능한 동네에서 살고 싶다. 자꾸 자동차를 피하고 왠갖 소음과 공해 속의 산책이 아닌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산책. 볼군은 집에서 산책한다. 좁은 집을 빙빙 돌며 걷는다. 걸으면 생각을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걷는 게 참 좋다. 외출이 싫은 것은 지독한 공해와 인파 탓일 뿐-
#런던을걷는게좋아버지니아울프는말했다 #버지니아울프 #정은문고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50
[ 개별적 자아 - 봉태규 ]
봉태규에 대해서는 재밌는 사람일 거 같다. 외에 별다른 마음은 없지만, 재밌는 사람일 것 같은 상대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니 그의 글을 읽었습니다.
읽고 나니 더 재밌는 사람일 것 같고, 친해지면 참 좋겠다- 아니 친해지진 않더라도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싶어집니다. 솔직하지만 남을 찌르지 않는 말을 뱉어냅니다. 그것도 본래부터 주어졌다기보다는 이런저런 상황들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며 변화한 듯 합니다.
자존감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대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이 많은 요즘인데-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이면 좋겠습니다. 좀 늦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뭐 어떤가 싶어집니다. 평균수명 100세시대에서는 50세여도 고작 반.일 뿐이니 엿가락 늘이듯 성장단계를 주욱- 늘여도 괜찮지 않을까요? 느리게 천천히 즐겁게 오래 가면 더 좋겠다. 그 편이 내게 더 잘 맞겠다 싶습니다. 누가 별 걸 준데도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습니다. 오래된 숟가락하나도 내게 필요하면 그때 가장 큰 의미가 될 게 분명합니다. 뭐래든 어떻든 나는 나고, 조금씩 달라질 지언정 어느 순간 벼락처럼 달라질 리는 없습니다. 속도가 좀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뭐 그런거죠 ;) - 라고 책과는 전혀 관계없는 주절거림을 뱉어냅니다. 쿨럭.

#개별적자아 #봉태규 #안나푸르나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75
[ 차 나 한잔 - 김승옥 ]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근대 문학이 불편하다. 아니 근대가 아니고 현댄가? 언제를 기점으로 근.현대가 나뉘는 것일까? 그 속에는 치열한 시대의 투쟁도 있고 황망한 현실을 이해할 수 없는 넋두리가 있다. 그런 것들은 괜찮다. 다만 비하된 약자에 대해서는 불편하다. 그 지저분한 속내는 역겹기까지 하다. 참으로 애매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반대로 그 시기의 서양문학들을 꽤 좋아하는 것을 보면 한국문학은 이제야 제대로 눈을 뜨려는 참이 아닌가 싶고 힘내!하며 응원하고 싶어진다.
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가 선택할 접한 제목이지만 이 책에서의 차는. "차나 한 잔. 그것은 일종의 추파다. 이시겠습니까, 김 선생님?" 99p

하필이면 김선생이다.
#차나한잔 #김승옥 #민음사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62
[ 세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 이기호 ]

예쁘고 귀엽고 다정한 가족이다.
사소한 문제들이 있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만사 오케이! 라는 느낌.

내겐 어쩐지 비현실적이고 생경하다.
가족의 사랑을 받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서 좋은 상대를 만나 알콩달콩한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라니- 아, 이상적이다.
라면서도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볼군과 우리는 3-4살 때부터 엄청난 양의 대화를 해왔다. 오늘도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했는데, 혹 엄마에게 말하기 힘들거나 싫은 내용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할 수도 있다. 그 편이 좀 더 좋은 경우도 있다는 얘길 했는데- 아직은 엄마에게 못할 얘기가 없고 엄마와의 대화가 가장 편하고 솔직하다고 말해왔다. 고마울 따름이다.
물론 내 노력이나 염려보다 볼군은 잘 자라줬다. 여러모로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하지만 나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어린시절의 상처가 많았기에 볼군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 한마디도 오래 골라야했다. 가장 솔직하지만 서로에게 상처로 남지 않을 대화를 위해. 백만번 생각하고 말을 뱉어야했다. 그덕에 나는 내 잘못일 경우는 재빨리 사과하고 뱉은 말은 어떻게든 지키려하는 엄마가 되었다.
나는 종종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친정어머니께 말한다.
"나 어릴 때에 비하면 볼군은 백배 낫지, 훌륭하지. 그리고 그건 어머니는 나를 잘 못 키우고 나는 아들을 잘 키워서 그래."라고 으스댄다.
내가 간절히 바라던 대로 자라주고 있어서 고맙다. 자주 고맙다고 한다. 매번 고맙고 늘 감사하다. 어떤 일이든 정말 궁지에 몰리면 엄마에게 한마디를 건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림같은 가족은 아니라도 반은 아빠같은 엄마에 형같은 아빠라도 언제든 대화가 끊이지 않는 가족이 된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절대로 부러워서 그러는 것은... 맞다, 쳇

#세살버릇여름까지간다 #이기호 #마음산책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sihaki 님께서 선물해주신 책. [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
-
지금 네 자신을 챙겨야해. 사실 더 좋은 건 널 챙겨줄 사람을 찾는 거야. 여기서 나가자. 다른 안식처를 찾아보자고. 너를 사랑하고 지지해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낼 수 있는 곳으로. 135p
"숨 쉬는 거 잊지마." 151p
나와 함께 있는 고양이. 나와 여기꺼지, 내 세상을 끝까지 함께해준 고양이. 내게 와서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랑을 준 고양이. 지금 여기에, 고양이만이 어떤지 아는 장소와 시간에 그냥 나와 함께 있어준 고양이. 161p
난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208p
-
삶은 자주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다가오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다만 그 모든 것을 알아도 단 하나가 없으면 온전할 수 없다. 아니 가능하겠지만 곱절 몇 백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그냥 버려둬선 안된다. 누군가에겐 그 누군가가 필요하다. 다양하고 폭넓은 인간관계도 중요하지만 '뭐든', '어느때든'이 가능한 누군가가 절실한 것이다. 그런 대상이 있어야만 회복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절실했고, 여전히 찾고 있다. 나머지는 알고 있다.
#고양이는내게행복하라고말했다 #에두아르도하우레기 #읽기 #책스타그램 #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엔

요즘 눈물이 자주 나는 것은 일찍 찾아온 갱년기탓일까? •_•

17-59
[ 절망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저자의 대표작인 '롤리타'를 읽지 않았다. 그럼에도 몇 문장들은 정확히 알고 있을만큼 나보코프는 '롤리타'의 작가였다.
하지만 이 책 역시 대단하다.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자, 이 책은 다시 읽어야만 한다.
줄거리를 알았을 때와 모를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를 게 분명하다.
처음엔 결코 이런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작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다. 작가 자신의 고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완벽한 이야기로서 존재하고 이야기가 작가의 소유물이 아닌 작가가 이야기의 부산물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에 대해서도 이야기에 대해서도 뭐, 이런게 다 있지.외의 감상을 말할 수 없다.

#절망 #블라디미르나보코프 #문학동네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49
[ 동급생 - 프레드 울만 ]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의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어리고 강렬한 우정은 시대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리라. 우리는 개인적인 어떠한 것을 뛰어넘는 아니 덮어버리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나 갈등을 만날 때가 있다. 사실 독일에서의 유대인 이전에도 이후에도 우리는 그런 갈등 속에서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 관계의 농밀함이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사실 그런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 당시의 아픔이 생생하달 수 있다.

독일의 여러작가들이 한 때의 우정.에 대해 얘기한다. 청춘에서 우정을 제할 수 없고 그 우정은 어딘지 불멸처럼 운명처럼 다가와서 강렬히 자리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기에 국한되는 것은 성장과정에 있기 때문이리라. 혼란스러운 시기에 영혼을 뒤흔드는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그것이 나와 상대를 성장시키고 때론 맹목적인 추종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그런 청춘을 보낼 수 있는 시대인가. 그런 영혼의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시대인가. 서로의 사상과 가치관과 열정을 고양시키고 함께 발전해갈 수 있는 상대를 찾고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가. 그를 안 것은 짧았지만 그와의 시간이 내 모든 생에 녹아있다 말할만한 상대를 만날 수 있는가. 우리는 여전히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는가. 나를 들여다보고 세상을 들여다보는 눈을 기를 수 있는가.

찬란하지만 슬픈 이야기다.
그들의 한 때 우정은 찬란했고 비극적인 역사는 슬펐다.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동급생 #프레드울만 #열린책들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54
[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
소설집.인줄도 모르고 구입했는데, 알고보니 소설집이더라. 쫙- 읽어가기엔 더 편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장편이었다면 심리적인 충격이 좀 올 수도 있겠다. -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270p
-
삶의 흔적이란 애써 덮는다고 덮어질 것도 아니고 지운다고 지워질 것도 아니지만. 굳이 애쓰지 않아도 희미해질 일들 흔적만 남아서 어쩌다가 아, 그런일도 있었지 정도의 일들이 더 많다. 낱낱이 기억하고 반추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은 망각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도 지워지지 않고 덮어지지 않고 희미해지지 않는 일들이 있다. 인생을 뒤흔들고 경로를 이탈하게 하고 나를 바꿔버리는 일들에게선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어떤 노력도 시도에 불과할 뿐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단지 그런 척에 능숙해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 견뎌내야 하는 것이 의무인지 권리인지는 모르겠다. 아니 그저 생존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오직두사람 #김영하 #문학동네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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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
[ 북유럽 신화 - 닐 게이먼 ]
키득키득 웃다가 그 잔인함에 찡그리다가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재미나게 읽었다.

이 신화를 만들어낸 처음 이야기하고 그것에 살을 붙여간 사람들은 로키에 대한 '애증'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로키는 모든 욕구의 산물이라 할 수 있고 아마도 그를 통해 신들과 대적하는 인간을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토르를 표현한 것은 한 문장으로 충분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토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229p

북유럽 신화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다. 좀 더 알고 싶어진다면 다른 책이 필요하겠지만 이 책은 신화의 처음부터 끝을 아우르는 이야기 이기에 쉽게 접근해 즐길 수 있겠다. 볼군이 좋아할 듯!
신화는 그들의 세계관에 맞춰 만들어진다. 과거의 북유럽을 상상하자니 현재의 평화롭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그들과 너무도 상이하다. 그 극단적인 변화는 문명의 발달일텐데, 문명의 발달로 가장 자연스러워진 지역은 그 지역 뿐인 것 같다. 과거에 잔인함과 흉폭함을 모두 써버린 탓일까? 이제 더 이상 혹한이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기 때문일까?
#북유럽신화 #닐게이먼 #나무의철학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79
[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 버지니아 울프 ]
물론 작가가 정한 제목이 아니고 편집자가 정한 제목이다. 작가는 아무 직접적이고 확고한 제목을 선호했다. 예를 따로 들고 말 것도 없다. 잡지에 연재된 글이라하니 작가의 어떤 글보다도 대중적이고 가벼운 것은 당연하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고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하는 걸까- 시선과 태도는 얼마나 많은 것을 좌우하는가-
나는 떡볶이를 보며
1. 탄수화물이 너무 많다. 신선한 풀이 먹고 싶지만 장보러 나가는 것은 위험하게 느껴진다.
2. 인간은 왜 먹어야 하는가. 아니 나는 왜 굳이 먹으려 애쓰는가.
3. 역시 떡볶이엔 밀크티보다 얼그레인데 게으름이 부조화를 만들어냈다.
4. 떡볶이를 싫어한다는 @jorba 는 부탄으로 출발했을까 꽃무늬원피스를 입고?
5. 떡볶이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집집마다 가정식 레시피가 있을테고 가게마다 레시피가 있을테고 요즘은 크림소스, 짜장소스, 간장 등등 다양한 소스의 변화가 있는데- 된장떡볶이도 나오려나?

이런 잡다한 생각 말고 무엇을 대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얼핏 본심을 드러낸다. 버지니아 울프가 런던을 산책하며 생각하고 상상한 것들은 아마도 작가 자신이 가장 골몰하는 무엇과 닿아있을 게 궁금하다. 그런면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삶에 닿아있는 것들은 즐거움을 준다.

산책이 가능한 동네에서 살고 싶다. 자꾸 자동차를 피하고 왠갖 소음과 공해 속의 산책이 아닌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산책. 볼군은 집에서 산책한다. 좁은 집을 빙빙 돌며 걷는다. 걸으면 생각을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걷는 게 참 좋다. 외출이 싫은 것은 지독한 공해와 인파 탓일 뿐-
#런던을걷는게좋아버지니아울프는말했다 #버지니아울프 #정은문고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78
[ 슬픈 열대 - 해원 ]
아, 처음엔 분명 하드보일드 액션 장르였는데- 읽을수록 슬퍼졌다.
-가장 밑바닥의 선택에 불가능한 삶, '만약'을 가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삶. 주어진 대로 이끌려가며 그저 살아내는 삶은 도처에 있다. 이렇게 극단적이고 과격하지 않아도 그 처참한 삶들을 종종 만난다. 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가- 누가 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는가-
그 처절하고 절박한 삶이 더 와닿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목숨을 부지하는 선택(이것을 선택이라 부를 수 있다면)이기 때문이다. 그 참담함 속에서도 목숨을 이어가는 삶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이기 때문이다.
왜, 무엇을 위해 사는 가에 대해 끝없이 생각해봐야 이미 자리한 생존에 대한 지독하고 끈질긴 집착은 인간을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상대를 죽여서라도 내가 살고, 죽어가는 이를 외면하면서라도 내가 살고, 끝없이 의심하고 배신하면서라도 내가 살고, 모진 악몽을 끌어안고서라도 살아간다. 그것의 생명의 처연함이고 숭고함이 아닐까.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팽한 500쪽이 넘는 글이다. 너무 잔인하고 분노와 증오가 가득찬 글이다. 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얼마나 자신을 닥달했는지가 느껴진다. 시시각각 죽음에 직면한 삶을 그리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모진 목숨의 처절함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게 하는 손톱만큼의 희망, 그 희망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던 삶을 붇들기엔 부족함이 없다. 첫작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작가의 다른 글들을 기다릴 이유가 충분하다. 전혀 길다고 느껴지지 않는 500쪽이었다. 소설 속에는 많은 아픔을 담겨있다. 몇몇 장면 들에서 현실의 비극을 연상하게 된다. 그 처절함이 몸에 부딪혀오는 생생함이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장르소설을 좋아한다. 자극적인 장르소설에는 더더욱 그것을 관통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없는 장르소설은 그저 뾰족하고 번쩍이는 자극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이 소설은 잘 씌여진 장르소설이라 생각한다. -통쾌한 하드보일드 액션물이 아닌 '슬픈 열대'라는 제목 답게 무엇으로도 가시지 않을 슬픔이 진득하게 베여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라는 이상은의 노래처럼 부질없을 지언정 희망을 부여잡고 생명을 부여잡고 살아간다.
@storycabinet#가제본.으로 만나 즐겁게 슬프게 아프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슬픈열대 #해원장편소설 #cabinet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77
[ 베를린 누아르 3월의 제비꽃 - 필립 커 ]
전형적인 탐정 소설의 묘미.
나치 독일의 상황과 시대에 어울리는 위트 넘치는 탐정.
심지어 소신있고 용기도 넘치고 상황 판단도 빠르고 운도 꽤 따른다. 미스터리소설은 더 말할 것이 없이 재밌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가 가장 좋은 평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볼군과의 밤대화에서 히로인을 구상하길래, 슬쩍 이야기한 이 소설 속의 세 여자.
일단 셋 다 미모가 출중하다. 그것은 기본이 아닌가-(이 부조리한 외모지상주의 같으니라고!! =_=)
첫번째 여자. 남부러울 것이 없는 조건에 심지어 인성도 꽤 괜찮은 듯 하다. 돈 많고 학교 선생을 할 정도의 지식과 학식이 있고 이쁜 건 당연하고 전도유망한 남자와 결혼했고 돈이 많지만 사치없이 우아하다. 하지만 한번의 실수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두번째 여자.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는 타입으로 가진 거 많고 많은 만큼 화려하게 휘날리며 살지만. 속은 별 거 없다. 모든 남자의 우상이지만 그래봐야 속빈강정!
세번째 여자.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도 과거의 직업을 고려해도 그에 넘치는 용기와 기백이 있달까? 머리좋고 당연히 이쁘고 순발력 좋고 거침없는 성격이지만 왠지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 미스터리에 가장 어울리는 타입이다.

여자가 주연이건 조연이건 매력적인 캐릭터는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 소설 속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고 그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단연 주인공 탐정이다. 훗 ;) #베를린누아르3월의제비꽃 #필립커 #북스피어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다음책도 이미 대기중, 미스터리 액션 블록버스터! 같은데 과연?

@storycabinet 에서 보내주신 #슬픈열대 #가제본.
두툼한데 장르소설이라니 슉슉 읽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슬쩍 떠들어봤는데 잉크 냄새가 확! 그립고 반가운 마음;) 북한 수송함, 마약카르텔- 막 궁금해집니다.
그나저나 왼쪽은 당장 읽고 싶은 책.
오른쪽은 읽고 '있는' 책.
이것들만도 한 무더기.
독서 휴가같은 거 1주일만 있으면 참 좋겠.....하아.

1. 우리들의 시간 ; 단숨에 읽기보다는 천천히 한 문장씩 새기고 싶어서 곁에 두고 한번씩 펼쳐보는 중.
2. 몰락하는 자; 글렌굴드에게 눌려서 반쯤 읽다가 큰일날 것 같은 기분과 모종의 두통으로 중도하차.
3. 불안의 책; 울적한 아니 존재에 의문과 회의가 생기는 야심한 시각에 절대 공감하며 슬금슬금 읽는 중
4.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3쯤 읽다가 이 책을 읽을 때는 완벽한 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반년째 방치 중ㅋ
5. 한나 아렌트의 말; 본격적으로 작가를 만나기 전에 슬쩍 엿볼 생각이었는데 어쩐지 번역도 이상하고 문장이 가독성이.... ㅠㅜ
6. 베를린 누아르; 나치 정권 하의 탐정소설. 막 읽기 시작했는데,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늘어서 밀려나고 있다는*_*
7. 마법사들; 로맹 가리가 자신을 어떻게 여기는 지 엿볼 수 있어 흥미진진하지만 최근 집중력이 떨어진 관계로 문장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크흑

8. 북유럽신화; 방학 중 북유럽신화를 사랑하는 볼군과 읽을 예정인데 먼저 읽고 아는 척 하고 싶다!! 아들에게 경쟁의식...갖는 이상한 엄마.
9. 기사단장 죽이기; 예약구매했더니 사은품 때문에 안와서 사은품따위!포기하고 재주문. 하루키의 신작인데다가 난징대학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니-
10. 시대의 소음; 참 맘에 드는 할아버지의 신간. 띠지의 문장 덕에 당장 읽고 싶어져버림 "늙어서 젊은 시절에는 가장 경멸했을 모습이 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악!

읽고 싶은 책과 읽고 있는 책과 심지어 사고 싶은 책의 홍수 속에서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자의 즐거운 비명, 꿱!
자자, 어서 읽읍시다!
일단 순서는 베를린 누아르-슬픈열대-시대의소음-북유럽신화-마법사들...
왕년에 디제이(클럽의 믹싱 디제이가 아닌 음악다방의...쿨럭)를 해보겠다고 잠깐 혹했던 시절, 아무리 좋은 것도 앞 뒤의 흐름에 영향을 받고 그래서 선곡 순서는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운 자의 선독(?) 순서,ㅋㅋ
#읽다가내가죽을책이여*_*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76
[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모리미 도미히코 ]
#야행.을 읽고 나니 작가의 전작이 너무 궁금해져서 중고로 겨우 구한 책.
여주인공에서 왠지 현실의 모.양이 연상되어 어쩐지 더 즐거워졌달까? 으흥~ 하는 기분이! "하지만 행복해지는 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25p

이 소심하고 망상에 빠진 남자 주인공은 자칫하면 스토커.로 잡혀갈 게 빤하지만- 둥실둥실 떠다니는 밤공기 같은 이야기임으로 그런 것 쯤이야 친구펀치 한방으로 해결될 듯 하다.
이 깜찍하고 귀여운 이야기들은 마음을 몽글몽글하고 살랑거리게 한다.
여름밤에서 시작되어 겨울낮에 끝나는 이 두 녀석(?)의 앞날에 무궁한 축복이...라기엔 이미 삼십대 중반으로 지긋지긋한 연애나 어쩌다보니 결혼이나 진즉 헤어지고 각자 딴 사람을 만났거나.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상을 하고 있다.

누가 먼저 좋아하느냐, 얼만큼 좋아하느냐는 두고라고 요즘 '썸'이라 부르는 그 미묘한 상태는 참 사랑스럽다. 본인들은 애가 타고 혼란스러울지언정 지켜보는 입장에선 '좋을 때구나, 청춘이로고!'하며 놀리고 싶어진다.
망상이 가득한 즐거운 남의 청춘을 엿볼 수 있었다. 아, 나는 언제 그랬던가- 싶어지는 마음은 슬쩍 미뤄둬야겠다. "아아, 제기랄! 부럽다! 나도 그들 편에 서고 싶다!"249p

책 속의 문장이 대신해준다.

야행과 밤은.. 둘 모두 작가의 상상력(망상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이 작가는 혼자서도 참 잘 놀겠구나 싶어진다. 우울한 마음이 올라올랑말랑할 때 꺼내고 싶은 책들이다.
#밤은짧아걸어아가씨야 #모리미도미히코 #일본소설 #소설 #소설책추천 #여름책추천 #여름소설추천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75
[ 차 나 한잔 - 김승옥 ]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근대 문학이 불편하다. 아니 근대가 아니고 현댄가? 언제를 기점으로 근.현대가 나뉘는 것일까? 그 속에는 치열한 시대의 투쟁도 있고 황망한 현실을 이해할 수 없는 넋두리가 있다. 그런 것들은 괜찮다. 다만 비하된 약자에 대해서는 불편하다. 그 지저분한 속내는 역겹기까지 하다. 참으로 애매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반대로 그 시기의 서양문학들을 꽤 좋아하는 것을 보면 한국문학은 이제야 제대로 눈을 뜨려는 참이 아닌가 싶고 힘내!하며 응원하고 싶어진다.
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가 선택할 접한 제목이지만 이 책에서의 차는. "차나 한 잔. 그것은 일종의 추파다. 이시겠습니까, 김 선생님?" 99p

하필이면 김선생이다.
#차나한잔 #김승옥 #민음사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74
[ 밤이 선생이다 - 황현산 ]

읽으며 당황했다.
선생의 연세가 70대고 오랜동안 써오신 글의 모음이라고 해도 최소 4-50대의 글들일테고 책으로 펴내시며 분명 고르셨을텐데. 어쩌면 이렇게 나와 유사하단 말인가.
종종 볼군이 엄마는 너무 보수적이야.라고 말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제멋대로에 너무 진보적인 부분이 있어서 에이- 내가 도덕이나 윤리에 예민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최근 너무 좋아서(그러니까 내 가치관과 똑 닮아서-) 읽고 선물하고 했던 책도 일본의 어느 할머니 글인데, 이 글 역시 뭐야! 왜 이렇게 나랑 생각이 비슷해! 싶어졌다. 분명 감수성 부분은 차이가 크다. 선생이 살아온 시대와 내가 산 시대에는 차이가 있고 그 사이에 한국은 많은 시대적, 역사적, 사회적, 과학적 변화가 있었다. 감수성의 간극은 당연한 일이다. 허나 가치관, 생각의 닮음에 놀라게 된다. 선생이 진보적인 것인지 내가 보수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당연한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내심 반갑다.
내 속이 늙었을 지언정,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그래도 잘못된 것은 아니겠구나 싶어진다.

내용을 말할 것이 아니라 이런 가치관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아, 이런 시각도 가능하구나-를 생각할 수 있다.
내가 더 나이들어도 젊은 세대(흑- 어린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고 싶다. 어른이니 모두 그래그래, 좋은 게 좋은 것이고 인생사 새옹지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하며 허허로운 것도 좋지만 그래도 이것은 틀렸고 저것은 아니고 저것은 나도 배우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때론 예민하고 모나서 불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세대를 넘는 공감대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인간의 다양성이 위대한 것이 아닌가. 각자 제 생긴대로 다듬어나가면 될 일이다. 그렇게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때 더 좋은 쪽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물론 귀를 열어두는 것은 기본이다.

#밤이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73
[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
서로 사기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실로 훌륭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가 인간의 삶에 가득한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석인다는 것에 딱히 특별한 흥미는 없습니다. 나 역시 광대 짓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나는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감이니 뭐니 도덕성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속이면서도 맑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 같은 인간이 내게는 난해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끝내 내게 그런 요령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알았다면 나는 인간을 이토록 두려워하며 죽을 둥 살 둥 광대 짓 서비스 따위는 하지 않았겠지요. 인간의 삶과 대립하며 밤마다 지옥같은 이런 고통도 맛보지 않았겠지요. 26,27p

아무 타산도 없는 호의, 강매하지 않는 호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사람에게 보여주는 호의. 47p

나는 그때 목을 움츠리며 웃던 납치의 얼굴에 드러난 그 교활한 기척을 잊을 수 없습니다. 경멸의 기척 같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 세상을 바다로 비유한다면 그 바닷속 천길만길 깊은 곳에 그런 기묘한 기척이 떠돌 것 같은, 뭔가 어른들의 삶의 깊은 밑바닥을 흘끗 드러낸 듯한 웃음이었습니다. 80p

그건 내가 속이고 있기 때문이야. 이 아파트의 사람들이 모두 내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얼마나 그들을 두려워하는지 모르지? 두려워하면 할수록 그들은 내게 호감을 갖고, 나는 그런 호감을 받을수록 더욱더 겁이 나서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는 이 불행한 병적인 성격. 91p

아아, 인간이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고, 아예 완전히 잘못 보았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평생 그걸 깨닫지도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고 있는 건 아닐까요? 92p ---
나는 지금 39세고 다자이 오사무는 39세에 이 글을 쓰고 죽었다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읽다보면 그래, '당신은 아직 철이 들지 않았군. 괴롭다고 해봐야 그저 도망일 뿐인 건 알고는 있나? 비겁한 변명인 것은 알지? 아, 물론 당신도 알고 있으니 저런 글을 써댄 것일 게야. 분명 그렇겠지.' 싶은 마음이 든다.
인간이란 그렇지. 사는 것이란 그렇고. 그렇다면- 우리는 힘차게 살아가야하나? 아니면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면 되나? 나는 어느 쪽도 좋다고 생각한다. 각자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괴로울 것도 없다. 누구는 그것을 감당하고 누구든 저것을 참고 누구는 또 즐기면서 그렇게들 산다. 다르다고 괴로울 것도 없고 다르다고 비난할 것도 없다.
고등학교 때던가- '엄마는 재미도 없다면서 왜 살아?'라고 물은 적이 있다. 내겐 그 장면과 대화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마지못해 살아가는 것, 끝없이 한탄하는 것.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장은 재미있지 않더라도 일단 내가 뭘 재미있게 생각하는지를 먼저 찾아야 되지 않나- 알고 있다면 최대한 노력해서 그 즐거움을 가까이하면 되지 않겠나- 한 이십년쯤 더 살고보니 그것 역시 만만치않다. 그래도 엉망진창, 아비규환이라도 제멋대로 살았더니 내가 뭘 좋아하는 구나 정도는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운이 좋았구나 싶어진다. 그래서 오늘도 싫은 것들 가득한 사이에 재미있는 것 한 두개를 끼워서 지낸다. 더 재밌을 것들도 머릿속에 하나씩 쟁여둔다. 그것이면 족하다.
다자이 오사무가 더 오래 살았다면 좀 다른 글을 썼을까?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계속 그것만 보이고 그것만 생각하게 된다. 모종의 중독이랄까? 관념이나 생각도 그와 같아서 점점 더 좀스러운 세계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까? 아니면 도통한 어르신이 된다거나- 여튼 상상조차도 극과극에 닿아있다.
밑줄을 그을 수 없으니 메모가 잔뜩.

#인간실격 #다자이오사무 #시공사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선생님숙제다했습니다만-

17-72
[ 야행 - 모리미 도미히코 ]
끝없이 이어지지만 시작점을 찾을 수 없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같은 이야기.
하나의 세계와 또 하나의 세계가 맞닿은 꿈과 현실 같기도 하고 삶과 죽음 같기도 한 단꿈을 꾸게 될 지 악몽을 꾸게 될 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미스터리!

이렇게 쓰다보니 왠지 띠지의 문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기묘한 이야기예요. 어디선가 들은 것 같지만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는 이야기랄까요? 책을 읽고 나니 구어체로 써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네요.
그러니까 누구나 한 번 쯤은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다며 어떤 이야기를 꺼내게 되지 않나요? 꿈 같은데 너무 생생하고 분명 현실인데 어딘지 멍-해서 도무지 체감되지 않는 그런 이야기 말이예요. 글쎄 이런 일이 있었다니까.하며 조금쯤 흥분하며 얘길 꺼내도 듣는 사람으로썬 무슨 얘긴지 종잡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요. 누구는 농담으로 듣고 누구는 으스스하다며 몸을 떨 수도 있는 거죠. 무엇을 상상하건 자유지만 글쎄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니까요.라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거죠. 얘기를 할 수록 나조차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 내가 꿈을 꾸거나 착각한 건 아닌지 싶어지는 그런.

색의 대비가 선명하고 이야기에 흡인력이 있는데 역시 이상하고 묘한 구석이 있어서 약간 몸이 붕뜬 기분으로 읽었다. 한여름 읽기 좋은 기담 같지만 어쩐지 내막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이 작가는 '밤은 짧아-'로 알게 되었지만 사실 이 작품이 처음이다. '밤은 짧아-'는 늘 서점을 뒤지고 다니는 습관 탓에 제목이 너무 익숙해져버린 작품이랄까? 이 글을 읽고 나니 왠지 읽고 싶어져서 찾아봤더니 품절.이라 중고책까지 뒤져 주문해뒀다.
재미난 이야기를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위즈덤하우스 #퍼플서포터즈 근데, 또 제가 관심있는 책이 나와서 이벤트를 또 신청할까하는 욕심이 스멀스멀. 힛 ;) #야행 #모리미도미히코 #소설 #일본소설 #여름책추천 #여름소설추천 #소설책추천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장마라 책 읽기는 아주 좋구나 ;) 핑계도 많고- 후훗

17-71
[ 여흥상사 - 박유경 ]

어쩌면 이런 이야기인지- 충분히 잔인하고 추악하고 역겨운 현실이지만 이렇게 뒤틀린 이야기를 읽으면 그저 장르소설, 호러물이라는 이미지를 넘어서 신경이 곤두선다. 꼬박 두시간 12시 34분부터 2시 29분까지 읽었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할 일이 많아서 딱 한시간만 읽겠다고 펼쳤는데 시간을 볼 틈도 없었다. 일그러지고 뒤틀린 것은 매력적인 것인지 그 와중에도 안도할 수 있는 결말을 원한건지 나로서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그로테스크함은 한국의 현대미술과도 닮아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잔인하고 추악한 상상의 산물이 아닌 지독한 현실반영일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해주길 바라는 마음. 동화 속 처럼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라도 그래도 최소한의 인간다움이 선에 닿아있다고 믿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조건들은 원망하지 않고 되돌아보지도 않고 싶었다. 이제 그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며 허허거릴 수 있는 세계 속에서 살고 싶었다. 130p

인간의 오만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니 그것은 실제적인 확고한 믿음이 아니라 믿고 싶은 믿어야한다는 강박과도 같은 게 아닐까? 인간은 자신도차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 본능이니 욕구니 하는 것들을 말하지 않아도아주 사소한 것에 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한다. 우위에 선 척, 나만은 안전하고 괜찮은 척, 타인과 나를 등급으로 나눠 구별하고 그것이 자신감이나 자존감인냥 포장한다. 우스운 연극일 뿐이다. 사실 진짜 자존감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자존감이나 자신감은 상대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는 게 아닐까? 굳이 누굴 끌어내리고 무릎 꿇리고 깔아뭉개지 않아도 충분하다. 인간의 오만은 끝이 없지만 대부분 추악한 결말로 이어진다.
여하간에 무섭고 끔직한 이야기다. 그것이 너무 생생하다면 작가의 글솜씨가 훌륭한 것인지- 세상이 참담한 것인지- 내 머릿속이 컴컴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머리털이 곤두서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최근의 책들 중에는 최고인 것 같다.
#여흥상사 #박유경 #은행나무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어둡고 칙칙하고 끔찍한 마음을 고양이의 귀여움으로 무찌르자! 비가 너무 오는데, 볼군의 하교길이 걱정이다. 전화도 안받고- ㅠㅜ 엄마 무습다, 얼른 와라-

17-70
[ 여학생.앵두 - 다자이 오사무 ]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말을 똑바로 털어낼 수 있는 인간은 홧술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는다. 앵두,13p
- 어쩌자고 덜컥 준비도 없이 부모가 되어서 어제도 오늘도 말한 것을 후회했다가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가, 두 김씨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균형을 잡겠다고 안달복달한다. 그러면서 나도 좀 크고 있구나 싶은 것이 천만다행이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홍역을 치르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는 말인가. 그렇지만 홍역을 앓다 죽은 사람도 있고, 홍역을 치르다 눈이 찌부러지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여학생,68p
- 이랬다가 저랬다가 사춘기소녀같은 마음은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된다하여 크게 달라지지도 않더라. 어떤 부분은 더 애같아 지기도 하고 고집만 세지기도 한다. 어릴 적에는 어른이 대단하게만 보이더니만 자라면서 보니 별반 다를 것이 없고. 아이고 어른이고 간에 저마다 고민이 있고 무게가 있고 그렇더라. 상대적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님에도 왜 현재는 과거나 미래보다 늘 못나보이는 것인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는 지금이 전보다 마냥이 눈꼽만큼 더 낫다. - 다자이 오사무를 몇 권 읽다가 그가 2차 대전 당시의 사람인 것에 새삼 놀란다. 거기도 여기도 사는 것은 매일반이고 세상 돌아가는 것과 상관없이 각자에겐 각자의 마음이 있구나 싶어진다. - 볼군은 일본음악(주로 애니 ost)를 좋아하는데, 그 사실이 조금 불편한 모양이다. 일본의 다양한 면을 좋아할 수는 있겠으나 우리와 일본의 역사적 관계와 그 속의 비극을 잊어선 안된다. 일부 우익, 정치세력의 태도라도 그 사이엔 청산되어야할 과거의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가르쳐왔다. 그러면서 건담 등의 일본 애니나 영화도 같이보고 찾아서 보여주기도 하고, 다양한 일본을 함께 접하고 있다. 볼군 입장에선 약간의 혼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잘한 것은 잘한 것, 못한 것은 못한 것. 국가가 책임져야할 부분과 개인과 사회의 교류는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그것은 비단 한일관계 뿐이 아니다. 일본은- 어떻더라. 여자는- 어떻더라. 노인은- 어떻더라. 남자는- 어떻더라.는 일반론에 불과하다. 잘 살펴보면 대다수가 그렇지 않다. 언론의 조작과 세뇌이기도 하고. 장점보다 단점을 더 쉽게 발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보편적으로 어떤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결코 모두,전부를 말할 수는 없기에 매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 스스로도 경계하자.
#여학생_앵두 #다자이오사무 #책읽는고양이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69
[ 하버 스트리트 - 앤 클리브스 ]
상당히 독특한 형사가 주인공이다. 현대판 미스 마블이라지만 그보다는 여러 형사나 탐정과 닮은 듯 다른 듯한 형사.

두 개의 살인 사건과 그것을 풀어가는 형사들이 등장한다. 그보다 더 과거의 많은 이야기들과 그 시대의 한자락을 만나게 된다.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겠지만 그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 가는 모두 다르다. 그런 면에서 살아있는 상태에서 제대로 등장한 적이 없는 첫번째 피해자 마가렛은 대단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어디까지 엮여있고 얼만큼 자유로운가.
감정적인 게으름이었습니다. 비겁함이었거나. 240p

이야기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확인하는 과정.이 수사라고 한다면 작가는 수사에 너무도 적합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최근 읽는데에 집중력이 너무 떨어진다.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자꾸 더위에 지고 만다. 너무도 취약한 덥고 습한 날씨지만, 그래도 비가 와주니 다행이다. 몇년 만에 장마다운 장마가 아니던가-
#하버스트리트 #앤클리브스 #구픽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68
[ 나의 눈부신 친구 - 엘레나 페란테 ]

아, 이 이야기를 뭐라고 해야 할까? 분명 성장소설 같은데- 이런 느낌을 뭐라고해야할 지 모르겠다. 일반적인 성장소설과는 다르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같은 친구도 아니다.
존재 의의를 확인시켜주는 친구?
마음을 뒤흔드는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생을 통채로 내어줄 수 밖에 없는 대상.
어떤 것이 나를 만들어왔는가에 대해 이토록 솔직한 고백이 가능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를 만든 건 팔할이 릴라였다'라는 주인공의 고백이랄까?
4부작으로 한국에 출간된 책은 3권.
뒷 이야기가 중요한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것은 두고라고 그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밑줄을 잔뜩 긋다가 이 글에선 한 부분과 어떤 문장보다 이야기 전체의 힘이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닫고 색연필을 내려놨다.
#나의눈부신친구 #엘레나페란테 #한길사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67
[ 군함도 - 한수산 ] - 헐벗고 서러운 거야 어디 사라지겠는가. 앙금처럼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았다가 때 없이 팔뚝처럼 솟아오르고 부옇게 들고일어나는 저 억울함을 1-219p ; 기약없이 불쑥 솟는 고통과 절망을 분노와 억울함을 어찌 있겠는가. 분노로 견디고 살아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와중에도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랑이라고 작가는 끝없이 말한다.
- 봐라, 면면히 흘러가는 거. 세상이 어떻게 요동쳐도 아이들은 태어난다. 아이들은 태어나고 우리네 사는 일도 면면히 흘러간다. 1-264p ;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살아내고 버텨낸다. - 찻잔에는 푸릇한 바탕에 흐드러지게 핀 모란이 그려져 있었다. 무늬가 아름답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 그랬었나. 사람들은 찻잔에 모란무늬도 그리며 살았었나. 갑자기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1-463p ; 금화의 인생이란 아름다움을 느낄 새도 없이 처절하게 살아내는 것만이 전부였다. 사람 사는 것이 매일반일진데, 왜 이토록 처절해야 했을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 이것이 희망이다. 어깨와 어깨를 부딪치며 손에 손을 움켜잡고 우리가 일어설 때, 이것이 희망이다. 우석은 생각했다. 이렇게 어깨동무를 하고 힘을 모아서 우리는 간다. 수레바퀴처럼 굴러간다. 젊은 조선의 아들들, 푸른 수레바퀴가 되어 우리는 간다. 2-344p - 산다는 것의 의미도, 믿음도, 가치도 다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그 마지막 그루터기, 그 사랑. 그것이 남아 있기에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제 나는 그 소중함을 안다.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과 사랑이다. 이제 안다. 마지막까지 기대고 부둥켜안아야 하는 것은 사람이며, 사람 사이의 사랑이다. 2-416p ; 인간다움을 놓을 수 없어 끝없이 괴롭던 지상은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자기를 살 게 하는, 누구를 살리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 사이의 사랑임을 작가는 지상의 입을 통해 전하는 것이 아닐까.
- 오세요. 당신이 오실 때는 제가 기다리는 때입니다. 제가 기다리기에 당신은 오셔야 합니다. 2-459 ; 서형이 그토록 기다린 것은 지상이었나. 들의 봄이었나. 빼앗긴 나라였나.
작가는 끝없는 고통과 절망을 말한다. 아니 그것은 작가의 말이 아닌 그 시대를 견뎌낸 모두의 현실일 것이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일본에 의탁한 지상의 아버지도, 어쩌다보니 친일파의 자식이 된 지상과 우석도, 자식이 독립군이 되었다는 앓아눕는 서형의 어머니도,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 자박거리며 뛸 때까지 지상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서형도, 행동하고 움직이며 바꾸려는 우석도, 사랑을 너무 늦게 만나 내어줄 것이 하나 없는 금화도, 군함도에서 도망친 지상이나 카메가제 특공대로 나간 아들이나 같다는 에가미 노인도, 군수 개발을 하면서 그래도 전쟁은 아니라고 이래서는 안된다는 나까다도 아프지 않은 사람이 누가있을까. 대체 그들을 그처럼 아프게 한 이가 누구란 말인가. 그토록 사람들을 처참하게 몰아간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역사를 특히 과거를 파헤치는 글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감정적이어서도 안되고 너무 적나라해서도 안되지만 그 당시를 절절하게 전해야만 하는 것이다. 작가는 사건과 상황을 전달하면서도 그 속의 삶을 얘기하고 있다. 그들 모두 각자의 삶, 그 모두가 소중하고 그 모두를 품어안는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잊고 잃은 역사의 현장 뿐이 아니라 그 속의 사람들이 아닐까.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그 절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낸 사람들을 기억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를 살아낼 우리를 위해서도 잊지 않고 기억해야한다. 전쟁이 준 참상과 무수한 죽음과 절망을 잊어선 안된다.
#군함도 #한수산 #창비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군함도
1권을 읽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오래 준비해온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여직 일제강점기 35년, 36년이라고 글로 배워서 알고 있었지만 읽다보니 말이 35,6년이지 그 전부터 삶과 생활을 야금야금 빼앗겨온 것을 알겠다.
그 생각은 미처 못했다.
어느날 천지가 개벽하듯 나라를 빼앗기고 그 뒤 뼈아픈 역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전부터 토지를 빼앗기고 일자릴 빼앗기고 이리저리 몰려온 것이다. 먹을 것을 잃고 가족을 잃고 세상천지 의지할 곳 없이 나라마저 잃은 그 마음을 그 삶들을 어찌 가늠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그것을 어찌 기억해야 다시는 그 아픔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까. 아픔.이라고 쉽게 말할수도 없는 그 삶들을 우리가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빼앗아간 그들이 대대손손 편한 것을 어찌 그냥 두고봐야만 한다는 말인가-
빼앗긴 들에 봄이 왔다고 생각했건만 그 봄이 제 봄이 아니고 꽃샘추위 여전한 채로 60년도 넘어간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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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6
[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
1. 이걸 먼저 읽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1/2쯤 읽고 난 후 작가가 분명 여자한테 당한 적이 있어!라는 합리적 의심과 추정을 하게 되었다. '죽여-'와 '아낌없이-'에서 남자를 이용하는 교활한 미모의 여자와 그 여자들에게 반하고 이용당하는 멍청한 남자들이 등장한다. 두 책의 주제가 '멍청한 남자들이여, 여자의 미모에 농락당하지 말라'가 아닐까 싶어진다.
2. 작가의 여성취향 중 하나는 의자에 기대듯이 앉아 양다리를 모아 한쪽으로 올리는 자세.가 분명하다. 두 책 모두에 묘사된 여주인공의 자세다. 미스테리한 여자들에 대한 모종의 판타지가 있는 게 분명하다.
3. 어쩐지 도리언 그레이가 생각났는데(전혀 관련이 없고, 연상된 이유를 모르겠다-), 과거 소설에서 순진하고 어리석은 여자들이 마성의 남자에게 당하는 이야기에서 이제는 이런 인물상으로 변화 중인가 싶어진다. 소설 속에서 시대적 인물상의 변화를 찾는 것도 즐겁다. 이 책에선 화자가 여럿이지만 여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런 부분에서 '아낌없이-'보다 매력적이다. 개인적인 선호도지만- 치밀하고 계산쪽인 인물의 서사와 당하는 입장의 서사는 분명 차이가 있다.
4. 역자는 '죽여마땅한'과 '죽어마땅한'에 대해 언급한다. 살인자의 정체성과 능동성. 우리는 쉽게 '죽어도 싸다'고 말하지만 실제적인 살의를 느끼고 그것을 계획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살의- 그것은 극단적인 혐오, 증오를 담고 있을텐데 언젠가부터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은 살의를 품고 살아가는 것 같아 두렵다.
5. 정의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죽어마땅한 사람들이 있더라도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사람들은 언제쯤 경각심을 갖고 두려워할까. 그런 사람과 그런 사회가 바로 곁에 있음을 언제 인지하게 될까? 숨고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손톱이나 눈꼽의 크기라도 변해야한다는 것을 언제쯤 받아들일까? 이상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염세주의자일 수도 있나...;; #죽여마땅한사람들 #피터스완슨 #푸른숲 #책 #book #읽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gram #readordrink #끄적끄적N

17-65
[ 아낌없이 뺏는 사랑 - 피터 스완슨 ]

제목이 좀 아쉽다. 분명 와닿지 않는 것은 아닌데, 어쩐지 아쉽다. 왤까- The girl with a clock for a heart.는 정확히 반역하면 무슨 뜻일까?

1+1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드물게 좋아하는 품목이라면 책이나 맥주? 정도? 여하간 덤을 붙이고 금액을 조정하는 마케팅을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이건 절호의 기회. 작가의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미니북으로 준다기에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 오드리, 리아나, 제인과 조지의 비참한 사랑이야기. 아니 사랑이라기보다는 미련과 착각과 환상과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 뺏기는 쪽보다는 뺏는 쪽이, 맞는 쪽보다는 때리는 쪽이, 당하는 쪽보다는 이용하는 쪽이 낫다고 가르치지 말자. 우리는 어느새 당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있다. 합리적인 의심은 신뢰를 위한 대들보 같은 게 아닌가! -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아쉽다. 매력적인 악녀가 좀 덜 그려져서 그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없었고, 참 순진한 주인공 역시 어딘지 꿍꿍이 속이 있는 것만 같고 다행인 것은 이야기 자체는 재미나다.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등장하며 인물의 비밀을 밝혀낸다. - 일단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자, 그다음은 그 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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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4
[ 유곽 안내서 - 마쓰이 게사코 ]

독특한 형식으로 씌여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에도시대 수사물인데, 사건 발생 후 관계자들에 대한 의뭉스런 인터뷰 형식이다.
일본의 유녀나 게이샤, 조선의 기생. 등을 엿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참 많다. 궁금하지만 속시원히 대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리라. 상세한 유곽의 사정이 그려진 것에 딱 맞는 제목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걸까?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결국 독자가 직접 개입해 주어진 정보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구조랄까?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그나저나 나는 왜 이 책을 샀지? 뭔가 이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쩐지, 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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