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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자_book

247 p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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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끝에서 #히라노게이치로 #マチネの終わりに #ひらのけいいちろう
아닌 게 아니라 사랑의 효능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이와 함께 인간이 연애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은, 사랑하고 싶은 열정의 고갈보다 ‘사랑받기에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10대 무렵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맑은 자의식의 번뇌가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쾌활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고독감을, 일이나 취미 같은 장점은 그럴 리 없다고 간단히 위로해버린다. 그리하여 인간은 단지 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아름다워지고 싶다, 쾌활해지고 싶다고 간절히 꿈꾸는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값할 만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없다면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
마키노는 분명 첫 만남 때부터 요코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을 이제는 그렇게밖에는 되돌아볼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품었던 그녀에 대한 동경은 이제 뛰어넘어야 할 그녀와의 거리가 되었다.
#은사자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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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아홉번째파도 #작가의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소설을 끝낸 지금도 여러 번 생각합니다. 진심을 다해 인물들을 사랑할 수 있었고 그들의 고통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저는 인물들에게서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습니다. 다만 척주의 골목골목에 바람과 햇빛을 좀더 부려놓지 못한 것이, 제 인물들을 따뜻한 길목에 오래 머물게 하지 못한 것이 계속 미안합니다.
#은사자_book

#말해봐나한테왜그랬어 #김현진 #김나리
사실 여성들의 숨겨진 삶, 그들이 차마 말하지 않는 삶에는 그런 일들이 가득 차 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 요즘 누가 그렇게 살아, 설마 그런 일이 있으려고, 말하지만 실제로 설마 '그런 일'들이 어떤 여성들의 삶에는 억지로 닫은 서랍 속에서 금방이라도 삐져나오려고 하는 잡동사니처럼 가득 차 있다.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그 어두운 서랍 속의 이야기다. 캄캄하고 꽉 차서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이게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온 힘을 다해 밀어서 간신히 닫아놓은 서랍, 마음 속에 꽉 찬 서랍을 지닌 여러분.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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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말하고 언제든 호소하라고, 그 목소리 자체가 구원의 재료가 될 거라고,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어떤 누구라도 이제 그만 그 자리를 일어서면 된다고. 혹시 그것이 나의 뿌리 같은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 하기로 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은사자_book

#일요일후의일요일 #하재연
더는 찾아낼 수 없는 시간들을
미루어두려고
나는 너와 만났지
피크닉 바구니의 뚜껑을 닫고서
기차라도 타면
영원한 휴일은 완벽해지지
월요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까지
아침 창문에서 가장 멀리 어두운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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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날씨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나는 너와 사랑했지
구름은 비, 돌풍은 예감
우체국에서 날아오는 것들은
종이 위에 만들어진 가볍고 까만 죽음
그리고 하얀 잠만 남겨두려고
우리는 서로의 꿈을 다 꾸어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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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면 쉰 냄새가 풍겨 나올
풍경 바깥에 달린 손잡이들을 내버려두고
우리는 칙칙폭폭 달려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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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자_book

#이원 #산책안에담은것들
오늘도 사람 속을 걸으며 사람과 이별한다. 이별하며 사람을 이해한다.
'어느 날 우리는 긴 손을 가지고 있다'로 시작되는 문장을 쓰고 싶다. 긴 팔이 아니라 긴 손에 대해서 쓰고 싶다. 우리의 손은 한없이 길어지고 있다. 만나지 못하는 닿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우리는 죽음을 건너고 밤을 지나고 끝없는 언덕을 지난다. 손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긴 손은 가장 낯설고 두려운 선이 되고 있다. 손이 닿고 싶은 것이 있다. 긴 손을 갖게 된다면 기형의 끝에서 우리는 우리의 몸을, 사라으이 다른 말인 사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은사자_book

#당신이계속불편하면좋겠습니다 #홍승은 저자의 말
행복이 의무가 된 세상에서 불편함은 낯설고 배척해야 할 감각이 된다. 그래서 불편은 곧 불행으로 여겨진다. 공기 같은 차벼로가 일상 속 권력관계를 감지하는 페미니스트가 사랑받지 못한 히스테릭한 존재라고 비하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불향한 여자이기 때문에 불평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편과 불행은 같은 말이 아닏. 무언가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힘은 '왜'라는 인간 본연의 질문과 섬세한 감각,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는 무지런한 지성에서 나온다. 그런 점ㅈ에서 오히려 불편과 가까운 말은 정의이고, 나아가 자유다. 여성학자이자 펴오하학 연구자인 정희진의 말처럼,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유롭게 한다.
#은사자_book

#신영배 #물랑
사라지는 당신을 생각해 책 위에 빛이 쏟아질 때 이유를 알아버릴 시와 당신을 생각해 시작처럼 끝처럼 공간은 빛나지 우리가 걸어가는 곳은 사라지는 숲속이야 숲이 왜 사라지는지 묻지 않고 고요할수록 빛나는 부리를 부디치지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곳은 사라지는 물속이야 물이 왜 사라지는지 묻지 않고 발끝이 다 닳을 때까지 푸른 가슴을 끌어안지 물랑 당신을 그렇게 부르고 싶어 당신도 나를 그렇게 부르지 물랑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사라지는 계절, 우리는 물랑 사라지는 노을 속에서 잠이 들지 노을이 왜 사라지는지 묻지 않고 서로의 붉은 몸을 만지지 물랑을 생각해 날개만 남은 채로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칠 때 책이 왜 사라지는지 묻지 않고 우리는 조금 쓸쓸할 거야 날개가 서서히 사라지는 계절, 물랑은 사라지는 달 속에서
#은사자_book

#심보선 #돌과어울리는사람
돌과 함께라면 그는 침착하다
결단코 절규하지 않는 사제처럼
돌 옆에서 무척 고결하다
친구들이 파티에 오고 술병을 따고
각자의 행방을 묻지 않고
실은 다들 사막에서 돌아왔는데
열흘 전부터 모래를 털며 오늘을 준비했는데
그는 돌과 함꼐 왔다 여느 때처럼
돌에게 훈제 고기를 먹여주며
너는 매 순간 아름다워지는구나 중얼거린다
그는 석학(石學)을 독학했고
오늘도 친구들에게 강론한다
거울에 돌을 던지면
거울도 돌도 아닌 바로 네 얼굴이 깨진단다
돌은 밤에 남몰래 수백 페이지로 펼쳐진단다
돌이 마침내 조각조각 부서지면 후생에는
각기 다른 품계의 천사들로 태어난단다
그는 돌과 함께 떠난다 여느 때처럼
친구들도 사막으로 다시 떠나고
그는 집으로 돌아와소파에 앉은 돌이
인간이 모르는 표정으로 잠들고
인간이 모르는 소리로 이를 가는 것을 지켜본다
그는 돌 때문에 돌아버렸지만
세상 누구보다도 돌과 어울리는 사람이다
돌도 인간도 모두 잠든 밤
그는 창밖에 듧은 사막을 바라본다
무수한 모래알들이 바야흐로 한데 뭉쳐
장대하고 아름다운 바위가 되는 것을 상상할 때
그는 고결한 사제처럼
돌 하나의 지극한 침묵 속으로
서서히 빠져드는 것이다
#은사자_book

#희미해진심장으로 #서윤후
좋은 일에 쓸 예정이다 오늘치의 어둠을 모아서 어두웠던 것을 빛나 보이게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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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불을 켜기 위해 새가 날아오른다
수비대는 밤새 침묵으로 방어했다
그 무기가 탐나서
곧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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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와 어깨 사이에 뼈가 있다
두 사람을 잇기 위해서 부러져야 하는 뼈
예쁘게 웃는 사람의 하얀 앞니가
오늘의 기분을 구부리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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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본 소년이 가을에도 소년이었을 때
겨울이 되면 안아 줄 것이다
데리러 가지 못한 봄에는 서로 모른 체하더라도
꽁꽁 언 피는 뺨과 귓불에 그치게 될 것이다
난생처음 본 난로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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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지 못한 몇 초와
견디고 있는 몇 년을 교환할 것이다
붉은 입술이 심장의 구멍이 될 때
머뭇거리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것이다
#은사자_book

MOST RE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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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아홉번째파도 #작가의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소설을 끝낸 지금도 여러 번 생각합니다. 진심을 다해 인물들을 사랑할 수 있었고 그들의 고통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저는 인물들에게서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습니다. 다만 척주의 골목골목에 바람과 햇빛을 좀더 부려놓지 못한 것이, 제 인물들을 따뜻한 길목에 오래 머물게 하지 못한 것이 계속 미안합니다.
#은사자_book

#이병률 #이별의원심력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당신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거짓이
세상을 덮어버릴까 두려워서입니다
⠀⠀⠀⠀⠀
우리는 서로를 파먹다가 안쓰럽게 부스러기가 되었습니다
⠀⠀⠀⠀⠀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에서
당신도 압축된 거짓을 사용했습니다
서로 오래 물들어 있었던 탓이겠지요
⠀⠀⠀⠀⠀
우리가 마주 잡았던 손도 결국은 내가 내 손을 잡은 것입니다
⠀⠀⠀⠀⠀
우리가 만날 수 없는 것.
그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인생의 절반이라는 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릅니다
⠀⠀⠀⠀⠀
나는 아이슬란드에 도착하려다 길을 잃습니다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냄새를 따라 내려가 그렇습니다
⠀⠀⠀⠀⠀
광채는 사그라들고 공기는 줄어들고 나는 마비되었습니다
이별의 원심력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
나는 이제 사라지기 위해 아이슬란드 폭포에 와 있습니다
⠀⠀⠀⠀⠀
바깥의 일은 어쩔 수 있어도 내부는 그럴 수 없어서
나는 계속해서 감당하기로 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아이슬란드에 남습니다
⠀⠀⠀⠀⠀
눈보라가 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은사자_book

#시인목소리
큰길이든 좁은 골목길이든, 익숙한 길이든 처음 가는 낯선 길이든 저는 좋아요. 걷다보면 어느새 길은 사라지고 걷는 상태, 오직 그 순간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나는 걷고 있고 그러므로 살고 있다."라고 시에 쓴적이 있는데, 이같은 기분이 되는게 걷는 일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략) 대체로는 아무것도 듣지 않고 걷습니다. 귀에 무언가를 꽂고 걷는 것과 귀를 활짝 열고 걷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걸 걸을때마다 느끼거든요. 코를 열어 숨을 쉬고 냄새를 맡듯 귀를 열어 소리를 듣는 것, 아니 감지하는 것, 그것이 그 공간을 온전히 만끽하는 방식이라는 걸 언젠가부터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람 소리며 빗소리, 강물이 몸을 부딪는 소리에 자연스레 귀를 줍니다. 걷고 있음을 최선으로 체감하기 위해서요.
(박소란 시인 인터뷰 중)
#은사자_book

#사랑보다도더사랑한다는말이있다면 #최갑수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노라면, 인생이란 게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짧으니까, 그래서 미워하고 시기하며 살기엔, 한곳에 머물러 살기엔, 아까운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은 밥 먹고 설거지하고 영화 보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살아왔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레 대부분이다. 팔 할은 이런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쩌면 우리 삶의 실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하도록 하자. 열심히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떠나자. 혁명은 멀고 사랑은 간절하니까.
#은사자_book

#심보선 #돌과어울리는사람
돌과 함께라면 그는 침착하다
결단코 절규하지 않는 사제처럼
돌 옆에서 무척 고결하다
친구들이 파티에 오고 술병을 따고
각자의 행방을 묻지 않고
실은 다들 사막에서 돌아왔는데
열흘 전부터 모래를 털며 오늘을 준비했는데
그는 돌과 함꼐 왔다 여느 때처럼
돌에게 훈제 고기를 먹여주며
너는 매 순간 아름다워지는구나 중얼거린다
그는 석학(石學)을 독학했고
오늘도 친구들에게 강론한다
거울에 돌을 던지면
거울도 돌도 아닌 바로 네 얼굴이 깨진단다
돌은 밤에 남몰래 수백 페이지로 펼쳐진단다
돌이 마침내 조각조각 부서지면 후생에는
각기 다른 품계의 천사들로 태어난단다
그는 돌과 함께 떠난다 여느 때처럼
친구들도 사막으로 다시 떠나고
그는 집으로 돌아와소파에 앉은 돌이
인간이 모르는 표정으로 잠들고
인간이 모르는 소리로 이를 가는 것을 지켜본다
그는 돌 때문에 돌아버렸지만
세상 누구보다도 돌과 어울리는 사람이다
돌도 인간도 모두 잠든 밤
그는 창밖에 듧은 사막을 바라본다
무수한 모래알들이 바야흐로 한데 뭉쳐
장대하고 아름다운 바위가 되는 것을 상상할 때
그는 고결한 사제처럼
돌 하나의 지극한 침묵 속으로
서서히 빠져드는 것이다
#은사자_book

#신용목 #눈사람
미래? 정말로 그런 게 있다면 살고 싶지 않을 거야.
왜? 늙기만 할 거니까, 죽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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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원했던 마음을 가져가는 것으로 찾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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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너무 커,
어둠을 끄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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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만큼 무수한 스위치가 필요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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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는 말 속에 늘 혼자 있는 사람과 혼자라는 말을 들고 늘 함께 있는 사람들 중에서
너를 일으켰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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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에 박혀 있던 돌맹이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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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울었다. ⠀⠀⠀⠀⠀
#은사자_book

#선생님요즘은어떠하십니까 #이오덕 #권정생
행복이라는 환상을 떨쳐 버리지 않는 한, 인간은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입니다. 행복하다는 사람, 잘 산다는 인간들, 선진국, 경제대국 이런 것 모두 야만족의 집단이지 어디 사람다운 사람 있습니까. 어쨌든 저는 앞으로도 슬픈 동화만 쓰겠습니다. 눈물이 없다면 이 세상 살아갈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눈물투성이입니다. 인간은 한 순간도 죄짓지 않고는 목숨이 유지되지 않는데, 어떻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내가 한 번 웃었을 때, 내 주위의 수 많은 목숨이 희생당하고 있었고, 내가 한 번 만족했을 때, 주위의 수 많은 목숨이 희생당하고 있었고, 내가 한 번 만족했을 때 주위의 사물이 뒤틀려 버리고 말았던 것을 어떻게 지나쳐 버릴 수 있겠습니까? 수만 번 되뇌어도 역시 인간은 죄 뭉치에 불과합니다. 이런 죄 덩어리를 어디다 사죄받을 곳이 있겠습니까? 하느님께 용서받는다는 것도 죄입니다. 결국 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울 수도 없다면 죽어야지요.
#은사자_book

#김효나 #2인용독백#주운기억
기억을 버렸어.
어디서?
산책을 하다,길에서.
어떻게?
떨어뜨려 버렸어.
왜?
주웠으니까. 주운 기억이었으니까.
먼 훗날 다시 한번 주울 거지?
응. 아마도.
기억도 할 수 없는 오래전의 일이 바로 어제 일처럼 불쑥 다가올 때.
응. 길을 걷다 불쑥.
그 일을 이해해야 하니까.
아냐. 꼭 그런것은 아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마 결코 그 일을 이해하진 못할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일은 세상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단 하나의 불가사의로 눈부시게 빛날 거야.
그럼 왜 줍지?
기억 속 찬란한 순간을 위해. 믿기 어렵지만, 다시 한번 그 순간을 살기 위해.
섬광처럼 짧은 그 찬란한 순간 주위를, 암흑 같은 고통의 순간이 토성의 고리처럼 빙빙 돌고 있어도?
응.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기억이 말해도.
너의 기억이?
아니, 주운 기억이.
#은사자_book

#신철규 #눈물의중력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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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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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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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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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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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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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
.
#은사자_book

#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 #박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은사자_book

#김애란 소설집 #바깥은여름#어디로가고싶으신가요
남편을 잃기 전, 나는 내가 집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잘 몰랐다. 같이 사는 사람의 기척과 섞여 의식하지 못했는데, 남편이 세상을 뜬 뒤 내가 끄는 발 소리, 내가 쓰는 물 소리. 내가 닫는 문 소리가 크다는 걸 알았다. 물론 그중 가장 큰 건 내 '말소리' 그리고 '생각의 소리'였다. 상대가 없어, 상대를 향해 뻗어나가지 못한 시시하고 일상적인 말들이 입가에 어색하게 맴돌았다. 두 사람만 쓰던, 두 사람이 만든 유행어, 맞장구의 패턴, 침대 속 밀담과 험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던 잔소리, 농담과 다독임이 온종일 집안을 떠다녔다. 유리벽에 대가리를 박고 죽는 새처럼 번번이 당신의 부재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야 나는 바보같이 '아, 그 사람, 이제 여기 없지....'라는 사실을 처음 안 듯 깨달았다.
#은사자_book

#박연준 #술래는슬픔을포기하면안된다
탈탈 털어 죄다 갖다 버린 그늘에는
무릎에서 떨어진 딱지도 있고
취한 아버지가 내 이름을 오래 부르다 고꾸라져 잠든 밤도 있고
뒤틀린 다리를 끌고 사라지던 여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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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뚝한 연필, 가느다란 연필, 부러진 연필로
새벽의 어깨선을 열심히 그리던 시간들도 모두
모두 갖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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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렸더니 살겠다
내가 나를 연기하며
(시도 쓰는 게 아니라 쓰는 연기를 하며)
그늘을 기억하는 일과
들어가 사는 일 사이에서 도르래를 굴리며
살 수는 있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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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태어난 슬픔은 악다구니를 피해
여전히 질투 나게 말랑한 누군가의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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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끈덕지게 새끼를 치고
나는 멀리에서 가벼워진 몸,
이라 생각하며
포기, 포기, 포기하겠다고 눈을 감지만
-
어느 새벽 방바닥에 앉아 발가락을 만져보니
열개의 잘린 술래들,
벙어리가 되어 입을 벙긋거리는 술래들이 나를 본다
-
도망가봤자 소용없어,
아름다운 그늘!
#은사자_book

#민경희 ( @page_737 ) #별일아닌것들로별일이됐던어느밤
이미 지나온 일들은 말하면 말할수록 털어지기보다는 아쉬움이 커진다. 그 아쉬움을 안고 어떻게든 한 걸음 더 떼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 어리숙한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고 얻은 결론이다.
살아가기 위해 잊는 것들이 있다.
힘들었던 기억들, 어떤 상황에서 나를 변호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들었던 날카로운 말들, 내가 했던 선택 뒤에 남은 아쉬운 결과들. 생각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면 지워지기도 하더라. 그러다 이미 일어난 일이라며 잊었던 과거가 문득 생각나면 하루종일 성가시다.
#은사자_book

#2017제8회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그여름 #최은영
이경은 수이가 최소한으로 상처받기를 바랐다. 그래서 수이에게 은지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고, 그것이 수이를 위한 일이라고 철저히 믿었다. 수이를 속이기를 마음 먹은 순간 이경은 자기 자신조차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다. 이경은 자신의 기만이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 그 거짓말이 비겁함이 아니라 세심하고 사려 깊은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려라니. 지그의 이경은 생각한다. 배려라니. 그 거짓말은 수이를 위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심이고 위선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떄의 이경은 몰랐다. 수이는 그런 식의 싸구려 거짓을 받아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사실도.
#은사자_book

#수신확인차별이내게로왔다 #평범하지않지만평범한소수자들의이야기 #인권운동사랑방
나 아닌 누군가를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너희들이 있어야 할 곳을 정해줄게'라며 눈에 띄지 않는 물리적이거나 심리적인 장소로 몰아넣고 선을 그어버릴 때 그 누군가는 이중생활을 한다는 자괴감을 가지고 맘 편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게 된다. 그리고 그 고단함을 그들끼리만 감내하게 만든다. 비정규직 노동자, 성 판매/성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이나 누구든지 특별한 정체성으로만 불러내는 것은 선을 긋고 눈에 띄지 않는 장소로 몰아넣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은 단일한 정체성으로 설명될 수 없다. 하나의 정체성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은사자_book

#무지개속적색 #해나디 #TheRedInTheRainbow #HannahDee
여러 성과를 거뒀음에도 성소수자가 계속 억압받는 것은 성소수자 억압이 자본주의 사회조직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착취와 겨쟁으로 움직이는 체제에서는 권력자들이 우리 삶의 모든 측면(심지어 개인적 관계마저)을 이윤 추구라는 우선순위에 종속시키려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가족제도다. 가족은 개인 관계를 규제하는 데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하며 지배계급이 스스로를 재생산하고 노동력을 싼값에 재생산하기 위한 핵심 메커니즘이다. 정치인, 대기업, 언론은 가족 가치를 찬양하면서 육아부터 환자와 노인을 돌보는 일까지 막대한 부담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긴다. 그런데 성소수자는 전통적 가족의 바탕이 되는 관계와 역할을 훼손하고 혼란에 빠뜨려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유롭게 섹슈얼리티나 성별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되면 가족의 근간 전체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고 체제 유지에 이용되는 편견과 분열이 약화 될 것이다.
따라서 영속적이고 참다운 해방을 이룩하려면,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더 넓은 투쟁과 함께해야 한다.
...
두려움에 떨거나, 법적 박해를 받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고, 원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성 해방을 위해 이런 급진적 투쟁을 재개해야 할 때다. 무지개 속 적색을 다시 발견할 때다.
#은사자_book

#어른이되어더큰혼란이시작되었다 #이다혜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분위기상 넘어갔던 말이 알고보니 문제가 있었다면 나중에라도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잘못일까? 들은 사람들이 당시에는 웃어넘겼던 '야한 농담'을 나중에까지 문제 삼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묻는다면, 나는 오히려 왜 서로가 관련된 일에만 이렇게 너그러운가 묻고 싶어진다.
폭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대상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면 괜찮은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연인 간의, 부부 간의, 스승과 제자 간의, 부모와 자식 간의 폭력이 옳지 않음을 인지한 뒤 이루어진 문제 제기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상대의 무지를 이용해, 혹은 호의를 남용해 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어떤 방식이든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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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물랑
사라지는 당신을 생각해 책 위에 빛이 쏟아질 때 이유를 알아버릴 시와 당신을 생각해 시작처럼 끝처럼 공간은 빛나지 우리가 걸어가는 곳은 사라지는 숲속이야 숲이 왜 사라지는지 묻지 않고 고요할수록 빛나는 부리를 부디치지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곳은 사라지는 물속이야 물이 왜 사라지는지 묻지 않고 발끝이 다 닳을 때까지 푸른 가슴을 끌어안지 물랑 당신을 그렇게 부르고 싶어 당신도 나를 그렇게 부르지 물랑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사라지는 계절, 우리는 물랑 사라지는 노을 속에서 잠이 들지 노을이 왜 사라지는지 묻지 않고 서로의 붉은 몸을 만지지 물랑을 생각해 날개만 남은 채로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칠 때 책이 왜 사라지는지 묻지 않고 우리는 조금 쓸쓸할 거야 날개가 서서히 사라지는 계절, 물랑은 사라지는 달 속에서
#은사자_book

#마티네의끝에서 #히라노게이치로 #マチネの終わりに #ひらのけいいちろう
아닌 게 아니라 사랑의 효능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이와 함께 인간이 연애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은, 사랑하고 싶은 열정의 고갈보다 ‘사랑받기에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10대 무렵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맑은 자의식의 번뇌가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쾌활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고독감을, 일이나 취미 같은 장점은 그럴 리 없다고 간단히 위로해버린다. 그리하여 인간은 단지 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아름다워지고 싶다, 쾌활해지고 싶다고 간절히 꿈꾸는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값할 만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없다면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
마키노는 분명 첫 만남 때부터 요코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을 이제는 그렇게밖에는 되돌아볼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품었던 그녀에 대한 동경은 이제 뛰어넘어야 할 그녀와의 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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