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이아니라서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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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영원이아니라서가능한
어떤 시는 읽는 동안 어떠한 풍경, 냄새, 소리, 맛 같은 것을 떠오르게 한다. 어떤 시는 분명 읽었으나 비워버린 것처럼 공허를 남긴다. 어느 쪽이건 시를 독해하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시는 불친절하므로, 짝사랑을 하듯 애달프게 나는 더 친절하게 군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당신을 잊자마자 당신을 이해했어.
닫혀 있기 때문에 들어가고 싶은 문 앞에서.
(…)
당신을 알지 못해서 당신에 대해
그토록 많은 말을 했구나.
어려운 책을 읽기 때문에 점점
단순한 식물이 되어서.
-「밤에는 역설」중- -
시에서 자꾸만 말하고 있는 역설이, 모순들이, 허투루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묘사들이 마음 속에서 떠다닌다. 논리적인듯 적혀있어서 시를 낭독한다면 딱딱하고 고저 없는 목소리로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몇몇 시는 그렇게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감정이 결여된 소리이나 그 어떤 말보다 슬프다,고 생각했다. 소리내어 우는 것이 아니라 쓸쓸하고 조용히 눈물 흘리는 일과 시들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 태어난 뒤에 일관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눈 코 입의 위치라든가 뒤통수의
방향 같은 것인가
또는 너를 기다리는 표정
(…)
오늘도 변함없이
죽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어렸을 때부터 독재자와 신비주의자가 싫었어요.
제게도 미친 듯이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어느 날 당신의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다.
술집에서 떠들다가 문득 침울해질 것이다.
살아가다가
이제는 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일관된 생애」중- -
해설 없이 5부로 가득 채워진 시의 이곳 저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다 부정하다 증명해보려고도 하다 흐릿하게 남겨두기도 하는 말들을 읽어내기도 하였다. 강물이거나 얼음이 되지 못한 물이거나 녹아내릴 눈사람이거나 그림자이거나 결국 그 모든 영원인 것들로 나는 존재한다. 불완전하기에 무력하고 유동적이기에 증명되지 않는 것, 그리하여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자꾸만 질문하고 고정되어있는 상식들에 반기를 들어야만 증명할 수 있는 것.
실존의 무게에 대해 새삼 생각한다. 그 이면에 바투 붙어있는 부재를 나는 더 오래도록 생각했다, 빛이 되었다가도 그새 그림자가 되어서.
✒️ 오늘의 그림자가 닮는 것이
어제의 그림자가 아니다.
나와 가로수와 서울시청의 밀도가
동일해지는 것이다.
중력을 증명하기 위해 휘청
중심을 잃지 않고도
-「밤의 부족한 것」중-
✒️ 아무래도 나는 분포되지 않았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
네가 있는 그곳까지
여전히 여기 있다가 문득
우리가 여기
있지 않을 때까지
-「동물사전」중- -
많은 작품이 온전히 좋았고 많은 시구가 떼어놓고 보아도 좋았다. 시집을 자꾸만 펼쳐본다. 시는 그렇게 여러번 읽는 것이므로. 좋아하는 시집을 내게도 보내준 이의 마음도 자꾸만 들여다본다. 오래 보고 자주 보고 여러번 본다, 그 마음도 내 고마움도. 이런 마음들도 그렇게 여러번 읽어보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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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버린 당신을 만나고
오래되고 난해한 문장에 대해 긴 이야기를

우리가 이것들을 해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영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
너무 많은 글자가 허공에 겹쳐 있기 때문

#영원이아니라서가능한 #이장욱시집 #내인생의책

이해하고 싶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 슬프고 싶지 않아. 아프고 싶지 않아. 이 시를 노트에 쓰고 쓰고 또 쓰고 계속 썼어. 그렇게 계속 쓰다보면 포기할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해서. 하고싶지 않다고 적은 저 말들이 진심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장욱 시인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시를 옮기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예요. 특히나 이장욱 시인의 시는 전체적인 운율과 조화가 아름다운 시라서, 이렇게 토막토막 내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 "밤에는 역설" 만큼은 전문을 옮겼습니다. 일요일, 오늘은 이장욱 시인의 시를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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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잊자마자 당신을 이해했어.
닫혀 있기 때문에 들어가고 싶은 문 앞에서.
뜨거워져서 점점 더 뜨거워져서
드디어 얼어붙을 것 같았는데. 이봐,
노력하면 조금씩 불가능해진다.
바쁘고 외로운 식탁에서 우리는
만났으므로 헤어진 연인들처럼.
당신을 알지 못해서 당신에 대해
그토록 많은 말을 했구나.
어려운 책을 읽기 때문에 점점
단순한 식물이 되어서.
해맑아서.
잔인한 아이처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으니까
새벽마다 또 눈을 뜨네.
내가 조용한 가구를 닮아갈 때
그건 방 안이 아니라 모든 곳,
거기서
당신이 나타났다.
밤이라서 너무 환한 거리에서.
바로 그 눈 코 입으로.
ㅡ<밤에는 역설> 전문
.
나는 정지한 세계를 사랑하려고 했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나는 자꾸 물과 멀어졌으며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 되었다.
ㅡ<얼음처럼> 에서
.
리드미컬하게 다가오는 건 언제나
가까운 곳과 먼 곳이 바뀐다는 뜻
이제는 가능해진다는 뜻
자정의 옥상에 서서
불빛들을 하나하나
세어보는 방식으로
도미솔이라든가 솔시레 같은 것으로만 존재하는
이 무구한 허공으로부터
ㅡ<음악에게 요구할 수 있나?> 에서
.
너무 백색이 된 뒤에는 침묵하였다. 당신이 추측을 했는데 저것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존재해도 허공을 닮을 뿐입니다, 저런 것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ㅡ<표백> 에서
.
우리는 벌써 다 컸다. 사랑스러운 동물들과 함께. 우리는 내내 같은 도시에 살면서 웃고
울고
결국
본능이 무언지 알게 되었다. 공포가 무언지
바스락거리는 저것이 무언지
ㅡ<양치기의 삶> 에서
.
나는 자주 신념을 잃어버렸다.
열 개의 사례들 가운데 꼭
모자라는 것이 있었다. 말하자면
다 가리킬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듯이
꼭 찾아낼 것이 있다는 듯이
ㅡ<손톱 바다>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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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의북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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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시인 혹은 작가를 좋아하지만 어쩐지 그렇게 말해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는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이 상처가 될 것만 같았고, 허튼 생각일지는 모르나 그 마음이 계속 맴도는 것이 나에게도 생채기를 냈다. 종종 그렇듯, 가능하면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고 멀어져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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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을 우유랑 같이 말고 따로 과자처럼 먹는 걸 좋아해요. 책보면서 하나씩 먹으면 세상 이런 행복이 없죠. 키위 위에 꾸덕한 그릭요거트 올려 먹어요. 오늘은 첵스초코랑 키위 요거트, 그리고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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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튀어나오지 않은 곳과 튀어나온 곳이 있는데 아차,넘어지려는 순간 나는 잠처럼 완전히 흩어지지 못하고 목적지처럼 자꾸 멀어지지 못하고 그저 조금 기울어진 채 이상한 마음으로 생활을 했다. 무언가 어긋난 꿈을 꾸었다. 진지하게 자살을 상상한 뒤에 또
널 만나서 웃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라면 길이나 부피도 있고 인생이라는 것도 있을 텐데 어째서 이곳은 높이만 존재하는가? 나는 심지어 기울어지지도 않았다. 나는 완전히 세계에 포함된 것이다. 외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드디어 이곳에서 발끝에서 무너지지 않는 각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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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고마워 우리 자이언트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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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아니라서가능한

또 한 번의 생이 주어진다면 부자도 미녀도 아닌 다만 이장욱으로 태어나고 싶다, 다시 읽어도 지나치게 섹시한 올해의 열아홉번째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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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아니라서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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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신이 우리를 다 사랑해버린 건 아닌가?
무언가 우리를 지불해버리지 않았는가?
비밀이 스르르 사라지는 밤, 달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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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선언하고, 또 끊임 없이 자기 선언을 파기한다. 제목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인데 시인의 말부터가 "그것이 차라리 영원의 말"

이장욱 특유의 덤덤한 문체가 맘에 든다. 미완의 문장들이 끌어들이는 힘도. 쉬운 시는 아니었지만 매력적인 시집이라 금방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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