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kero rick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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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현 

유럽음악기행_1. 두 번의 궁전음악회

말러 9번 교향곡으로 시작하게 될 여행을 위해 밤늦게 잘츠부르크로 입국했지만, 공연까지 이틀이 넘게 남았다. 앞으로 두 번이나 더 방문할 도시이기에 무언가를 구경해야겠다는 일념보다는 현지인 마인드로 주구장창 걸어 다녔다.

아름답던 미라벨 정원을 구경하는 도중 우연히 발견한 Schloss Konzerte Mirabell. 예정에 없던 공연이었고 평소 잘 찾아 듣지 않던 실내악이었기에 두 날짜를 고민하다, 학생할인으로 싸진 가격에 혹해 모두 예매해버렸다. 리셉션 담당에게 물어보니 모차르트 대학의 학생들과 교수들이 연주한다고.

학생 팀과 교수 팀으로 보이는 Accio piano trio와 The orchestra 1756. 화려하지만 단차가 없는 대리석 공연장과, 왜 때문인지 절반도 채 열리지 않은 피아노 뚜껑 덕에 음향은 가히 최악이라 할 만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분들이 오셨는지 매 악장마다 우렁차게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트리오는 미소를 띤 채 어쩔 줄 몰라하며 박수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며 짜증 냈다.

음향은 아쉬웠지만 연주는 훌륭했다. 첼리스트는 첼로와 혼연일체 된 채로 무아지경에 빠진 듯했고, 셋의 합이 아주 잘 맞았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뭉툭해진 소리에도 익숙해졌고 나와 함께 간 일행 모두 2부의 드보르작 피아노 삼중주 Dumky에 감동받은 채 공연장을 나섰다.

오히려 다음 날의 1756팀의 실력은 출중했음에도 감동은 덜했다. 관객이 갓난아이를 데려와 울음소리 때문에 한 곡을 통째로 날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실력자들의 합이 더 잘 맞지 않아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연습을 덜 했나. 비발디 사계와 모차르트 잘츠부르크 심포니가 프로그램이었는데 각자 절반씩 쪼개 1, 2부에 나눠 넣은 구성도 신기했다. 느낀 바라고는 원래 정말 싫어하던 하프시코드의 소리가 실제로 들어보자 생각보다 아름다웠다는 점. 기대했던 사계는 내게 별 감동을 주지 못했다. 혼자 와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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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남들에게 처음 소개해 줄 때는 대단히 조심스러워진다. 무엇이든 첫인상이 중요한데 혹 나와 함께한 공연이 실망스러울 경우 내가 그 사람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게 된 셈일 테니 말이다. 지금까지 다른 이들에게 공연을 추천해주면 항상 하자가 있었다. 처음으로 함께한 일행들이 매우 만족한 표정으로 문을 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객관적인 실력보다 얼마나 미쳐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피아노 트리오는 불청객 박수세례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그들의 음악을 만들었고 우리에게 전달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주고받는 눈빛에서, 그리고 아름다운 소리에서 나는 그 감동적인 열정을 느꼈다.

티켓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가격이 부담되는 이들에게 감히 추천한다. 모차르트가 실제로 연주했던 그 궁전에서 음악을 느껴보기를!

#schlosskonzert #mirabell #acciopianotrio

벨기에 헨트의 한 카페. LKKR, Gent

언제나 그렇듯 호스텔 조식으로만 아침시간에 아점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저녁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고달픈 워킹투어 일정으로 생각보다 일찍 배가 고파왔다.

까맣게 잊어버린 트립어드바이저를 꺼내 카페를 찾자 나온 LKKR. 구글 맵 위치와는 조금 다르게 위치해 있어 찾는데 애먹었지만 6.5유로의 닭가슴살 샌드위치는 내 인생 샌드위치가 되고 말았다.

킬링포인트는 갓 나온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한 빵. 얇게 저민 닭가슴살과 삶은 달걀, 소량의 베이컨과 채소와 알싸하게 조금씩 풍기는 허브뿐이었지만 최고! 재료는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았던 맛.

인생 최고의 샌드위치라고 말하며 팁까지 얹어주자고 우물거리며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역시나 오늘도 뱉지 않아 후회.

#Gent #LKKR #sandwich

유럽음악기행_0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클래식에 치를 떨었었다.

말러 교수님이라 전해 들었던 이기범 교수님의 오페라 강의를 들으며 예상외로 아름답고 흥미롭다 생각했지만 제 발로 찾아서 들을 생각은 없었다.

후에 교양 과제를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마감 전에 유일하게 남은 한 연주회를 찾아갔다. 인증샷만 남기고 끝나기만을 기다리려 했던 공연은 KBS 교향악단의 말러 2번 교향곡이었다.

도입부의 더블베이스부터 장대하고 성스러운 합창까지, 다른 장르에서 이렇게 압도당한 적은 없었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공연 이후 다른 작곡가며 클래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에 말러 2번 교향곡만 주구장창 들었다.

그렇게 족히 15년은 넘게 힙합만 들었던 나는 클래식에 빠지게 됐고, 수도권을 헤집고 다니며 공연이란 공연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에 이르렀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일생에 다시 없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하에 작년 말부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공연들을 예약하고 루체른 페스티벌, 도쿄까지 동선이 꼬이고 예정에도 없던 벨기에를 들르고 잘츠부르크만 3번 방문하는 사태에도 개의치 않고 예매된 것들로 여행 계획을 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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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감정, 이 둘이 모두 무뎌진 것을 느꼈다.
남들과 다른 감수성이 내 장점이라 생각했었는데 요즈음 그 어떤 것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음악과 연극을 즐길 때만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나 생각이 드는 게 먼저지만.

역마살이 끼었는지 나는 어디로든 확실히 여행을 가면 감성에 젖는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심장이 뛴다. 삭막한 서울에서조차도 공연을 보고 나면 아이처럼 설레 한다. 그것이 지하철역에 발을 딛기 전까지만 일지라도.

이번 여행은 잃어버린 나를 찾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매 공연이 내게 준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멋진 풍경도 좋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담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도촬 미안해 애기야.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살아 생전에 Don't look back in anger를 듣게되다니ㅠㅠㅠㅠ 헝헝.. 노엘이 오프닝 게스트로 나왔는데(말도안된다..)이제 U2는 내게 어떤 감동을 줄까😀😀😀😀 #U2 #Brussel #noelgallaghershighflyingbirds #dontlookbackinanger #킹갓노엘갤러거

메롱메롱

상경한 조증환자 @heyandhye 랑 설입에서 브런치 및 디저트

간만에 샤로수길 방문하고 디저트 먹는데 참 옆에서 시끄럽게 까불어대서 힘들었다^^
힘들수록 힘내야한다고 핑계대는데 옆에서 키득대는 알바생 보면 모르겠니?

그래도 넘나 맛있었던 마카롱과 타르트.. 배부르다고 안먹길래 내가 남은거 먹고 더 행복😃😃😃 매장이 참 여자여자하고 예뻤다. 인형들 졸귀탱!

#샤로수길 #마카롱 #타르트 #madebyarin #메이드바이아린

3월부터 예매하기 기다렸던 갓선웅님 연출의 <라빠르트망>

매번 구글에 검색하면 추후오픈예정이라는 메세지만 달랑 남아있더니, 라빠르망에서 라빠르트망 원어식으로 제목이 바뀌고?

어제 들어갔더니 티켓 오픈했다! 르그아트센터는 가본적이 없어서 2층할지 1층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1층 앞자리.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연출이 궁금한건데 너무 앞으로 잡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이번달에는 참 예매할 공연들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잔고가 광속으로 줄어간다. 큰일큰일.

와중에 주연 오지호 김주원 김소진 아무도 모르는거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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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 #연출 #라빠르망 #라빠르트망 #lg아트센터

아빠 뜻밖의 인생샷
도현이는 얼굴을 막 쓴다

하루에 한 번
이마가 땅에 닿고
합장한 손이 하늘을 바라본다

설렘과 슬픔
행복과 무관심
어깨위의 응축된 번뇌에 백팔배를 올렸고

경지에 이르지 못한 중생은
또 분노란 부족함을 얼핏 비친다

너울이 싫었을 뿐
그 바람이 싫었을 뿐
파도야 네가 싫지 않다

고두배 끝에 덧없고
귀중한 쪽배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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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어쩌면 단순한 숫자놀음, 어쩌면 부족함에 대한 변명, 어쩌면 감정의 혼재를 이해하려는 발버둥. 적어도 그 절실함만큼은 실재했기에 홀연히 사라지지 않은 기억. 이제 어깨가 가볍다.

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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