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 post by @silverli0n 은사자

#박연준 #술래는슬픔을포기하면안된다
탈탈 털어 죄다 갖다 버린 그늘에는
무릎에서 떨어진 딱지도 있고
취한 아버지가 내 이름을 오래 부르다 고꾸라져 잠든 밤도 있고
뒤틀린 다리를 끌고 사라지던 여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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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뚝한 연필, 가느다란 연필, 부러진 연필로
새벽의 어깨선을 열심히 그리던 시간들도 모두
모두 갖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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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렸더니 살겠다
내가 나를 연기하며
(시도 쓰는 게 아니라 쓰는 연기를 하며)
그늘을 기억하는 일과
들어가 사는 일 사이에서 도르래를 굴리며
살 수는 있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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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태어난 슬픔은 악다구니를 피해
여전히 질투 나게 말랑한 누군가의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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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끈덕지게 새끼를 치고
나는 멀리에서 가벼워진 몸,
이라 생각하며
포기, 포기, 포기하겠다고 눈을 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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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 방바닥에 앉아 발가락을 만져보니
열개의 잘린 술래들,
벙어리가 되어 입을 벙긋거리는 술래들이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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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봤자 소용없어,
아름다운 그늘!
#은사자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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