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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Writer applicant, Reader


[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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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쥐여준 약간의 온기는
그대를 보내고나서 식다 못해 얼어붙고야 말았습니다.
그대가 완연한 봄이기를 바라서였을까요.
언제나 겨울과 봄 그 중간즈음에 있는
당신을 이해하려 무던히 애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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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지나가고
나는 온종일 겨울을 맞이하였습니다.
그 겨울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지나가지 않는 계절이어서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모조리 얼어붙었지요.
그대가 쥐여줬던 약간의 온기 덕분에 가벼운 옷차림이었던 나는
무방비의 상태로 추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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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대도 누군가에게는 봄이겠지요.
어중간한 봄이 아닌 완전한 봄 말입니다.
당신의 그 계절을 평생 느끼지 못함이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이제는 그저 당신이 따뜻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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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따뜻한 계절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야 그대가 왜 계절과 계절 사이에 있었는지 알 것 같군요.
나 또한 그대에게 겨울이었음을,
원하던 원치 않던 혹독한 겨울이었음을.
그 겨울의 결정은 몹시 아름답지만
그렇다고 겨울의 증표임을 벗어젖힐 수는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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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습니다.
그 약간의 온기가 뼛속 깊이 사무칠정도로
강한 추위를 부를지는 몰랐었지만,
그래도 따뜻했습니다.
무던히도 따뜻했던 겨울과 봄 사이 그 어느즈음이었습니다.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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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이 가져다주는 영감은 끊을 수 없는 무엇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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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별을 할 때마다 글을 썼다.
우정에 금이 가는 상황에도 글을 썼으며
존경심이 무너져도 글을 써내려갔다.
왜냐하면,
상실감이 가져다주는 영감은 끊을 수 없는 무엇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존재의 보다 가벼움이 느껴질수록 창조성은 무거워져 갔고
그로인해 가벼워진 손가락은 연신 춤을 춰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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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에는 글이 써지지 않아 자의로 상실감을 택하기도 했다.
그러한 일이 반복되자 굳건하고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있던 나무는
점차 메말라 맥동을 느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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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호흡이 느껴지지 않는 나무에서 비롯된 글은
아이러니하게도 생명력이 짙게 뿜어져 나왔다.
흥분한 상태의 심장이 더욱 혈액을 거세게 내뿜듯이.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의 동공이 확장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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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죽어서도 많은 것을 남긴다고 하였다.
맹수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하였고
그렇다면 나 또한 속담의 문구처럼 이름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끄럽지 않은 삶이다.
그래야 내친 가지가 무색하지 않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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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상실감이 가져다주는 영감은 끊을 수 없는 무엇과도 같아서
그게 옳은 길인지 그릇된 길인지 헤아리지도 못한 채 걸어갈 수밖에.
그릇된 길이었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어차피 그 상실감에서 또다시 영감이 피어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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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내 삶은 그릇된 길임을 바라는 어긋난 쳇바퀴 따위의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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