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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의 순간들  1945년 을유년에 설립된 인문도서 전문 출판사. 을유세계문학전집, 을유세계사상전집 등을 소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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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 90.<돈키호테 성찰>,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지식과 문학 사이의 교량이 되어 준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에세이
이 책은 『돈키호테』를 해설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돈키호테주의(세르반테스주의)를 다룬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 당시의 스페인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땅이었다. 과거를 존중하고 전통을 지키려는 보수적 태도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과거를 박제화해 놓고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오르테가는 이것을 반동주의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반동주의는 과거를 불러내어 현재를 지배하게 한다. 오르테가는 돈키호테를 통해 반동주의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한다. 돈키호테는 새롭게 탄생한 근대의 영웅이다. 그는 피상적이고 표층적인 근대적 인식론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괴물인 풍차를 향해 돌격하고 마에세 페드로의 인형들과 싸운다. 비록 놀림의 대상이 되는 비극적 삶이지만 그는 자신을 둘러싼 물질성과 속물성에 맞서 이상을 찾고, 근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심층의 세계를 살아간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지 않고 모험에 뛰어들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진정한 ‘나’가 된다. 내면에 영웅의 잔재를 품고 있는 인간의 삶은 불투명한 미래에 맞서 싸우는 투쟁의 연속이다. 오르테가는 돈키호테에 스페인의 운명을 투사하면서,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자신의 세계를 만든 돈키호테처럼 스페인이 역사의 전설을 힘차게 부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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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생각법 : 과학자는 생각의 벽을 어떻게 넘어서는가>,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다윈이나 코페르니쿠스 같은 이들은 어쩌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하게 되었을까? 과학자들의 머릿속이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강추’한다. 그동안 적지 않은 과학자, 철학자, 역사학자들이 ‘발견의 논리와 심리’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도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일지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생각의 탄생』에서 천재들의 생각 습관을 알아냈던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자의 발견법에 이르는 길로 우리를 친절하게 인도하고 있다. - 장대익(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과학철학 및 진화학)
과학자, 과학교육자, 과학학자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역작이다. 늦게나마 번역판이 나와 기쁜 마음으로 적극 추천한다. 과학적 창의성을 깊게 연구한 저자 루트번스타인은 이 책에서 가상 인물 여섯 명이 참여하는 치밀한 토론을 통해 과학자들이 어떻게 발견에 이르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며, 과학적 발견 과정을 여러 관점에서 깊이 파고들었다. - 진정일(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석좌교수)
『과학자의 생각법』은 과학을 과학자들이 발휘하는 상상력으로 이해하고자, 다시 말해 과학자가 ‘무엇을’ 하는가 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 알고자 과학자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 또한 과학적 발전을 설명하는 논쟁적인 진화 모형을 제안하며, 과학적 발전에는 논리와 함께 유형인지, 모형화, 시각 및 운동 감각적 사고가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주려 한다.
저자는 과학적 사고에 자리한 창의적 측면과 개성적 특질을 탐구하는 목적에 맞춰 픽션의 형식을 택했다. 즉, 생물학자, 역사학자, 화학자, 과학사학자 등 가상 인물 여섯 명은 과학적 창의성의 핵심에 놓인 다양한 쟁점을 논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과학적 발견’이라는 과정의 비밀을 파헤친다. 즉, ‘발견하기 프로젝트(Discovering Project)’라는 이름 아래 모인 여섯 명의 탐구자들이 6일 동안 ‘발견 과정에는 어떤 구조가 있는가? 누가 발견에 이르는가? 발견자는 어떤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가? 발견을 잘하는 방법이 있는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놀라운 발견으로 세상을 바꾼 역사적인 과학자들, 예를 들어 미생물을 발견하여 세상을 이해하는 지평을 넓힌 미생물학자이자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여 수만 명의 생명을 구한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 표백에 염소를 활용하는 방법을 발견하여 당대 최고의 염색 기술을 제공한 화학자 클로드 베르톨레, 삼투압 원리를 발견한 제1회 노벨 화학상 수상자 야코부스 반트 호프 등 다양한 과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발견법과 생각법 등이 등장한다.

여섯 명의 가상 인물은 이러한 실제 과학자들이 남긴 실험실 노트와 편지, 논문, 개인사 등을 분석하고 과학자들의 실험을 재구성하면서, 각자 입장에서 뜨거운 논쟁을 벌인다. 그러면서 자신이 품고 있던 선개념(Preconception)을 다시 생각하고 탐색하며, 익숙한 유형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게 된다. 그래서 독자들도 가상 인물들의 논의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어느새 놀라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과학적 발견자들이 사는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실험을 그들처럼 재창조할 수 있도록, 그들이 벌이는 논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과학자의 마음속으로 독자들을 적극 초대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돌파구를 찾는 과정을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하여, 최고의 과학자처럼 생각하고 탐구하고 관찰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학 독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지식의 한계, 생각의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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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현대예술의거장 <토스카니니 : 세기의 마에스트로>, 이덕희
1부에서는 하베이 삭스의 <토스카니니>와 조지프 호로비츠의 <토스카니니 탐구>를 중심으로 기타 다른 전기와 각종 자료들을 참고하여 거장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되짚어보았다. 1978년 출간 당시 하베이 삭스의 <토스카니니>는 충실하고 신빙성 있는 내용으로 토스카니니 전기의 결정판이라 평가받았지만, 그 후 활발하게 진행된 토스카니니에 관한 연구 성과들을 담지 못했기 때문에, 21세기에 맞는 토스카니니 전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채워주는 대표적인 자료가 바로 10년 후에 나온 <토스카니니 탐구>로, 하베이 삭스가 놓치고 있는 ‘토스카니니 숭배열’의 진정한 본질과 비밀을 탐구하고 있다. 따라서 <토스카니니: 세기의 마에스트로>는 방대한 자료들 가운데 토스카니니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정확한 내용만을 추려내어 간략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은 필독서라 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수년 동안 토스카니니와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새뮤얼 초트치노프의 <토스카니니 - 친밀한 초상>의 일부를 재구성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다채롭고 생생한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어서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읽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간의 연구물을 근거로 볼 때 토스카니니에 대한 오류와 허위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증된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간 왜곡되고 우상화되었던 거장의 인간적이고 진실한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어 보다 친근하고 흥미로운 접근을 가능케 했다. 이와 함께 2부를 구성하는 B. H. 해긴의 <토스카니니와 빈 필>은 전문적인 음악가의 눈에 비친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면모를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어 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토스카니니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부록으로 <토스카니니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고찰>(마틴 블럼)과 생전에 토스카니니가 지휘, 제작한 작품의 총 레퍼토리, 토스카니니의 CD 목록을 첨부했다. 이러한 자료들은 토스카니니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그것이 반영되는 작품 세계를 총괄적으로 정리하며, 실제 작품을 감상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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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 34. <돈 후안 외>, 티르소 데 몰리나
나폴리에 파견된 세비야의 기사 돈 후안은 어둠을 이용, 자신을 정혼자인 옥타비오 공작이라고 속인 뒤 이사벨라 공작 부인과 관계를 갖는다. 뒤늦게 자신이 속았음을 안 이사벨라는 경비병을 부르지만 돈 후안은 무사히 나폴리를 빠져 나간다. 스페인으로 도망가던 중 배가 난파되어 실신한 돈 후안을 어촌 처녀 티스베아가 치료해 주고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한다. 결혼을 약속하며 유혹하는 돈 후안에게 티스베아는 모든 것을 맡기지만 돈 후안은 그녀를 소유하고 나서는 미련 없이 길을 떠난다. 세비야로 돌아온 돈 후안. 친구인 모타 후작과 함께 사창가를 배회할 때, 그는 모타가 도냐 아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손에 들어온 도냐 아나의 편지를 이용해 친구를 대신해 그녀가 청한 밀회 장소로 가는데......
끝없는 성적 욕망을 가진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유럽 전역에 다양한 판본으로 퍼져 있었다. 티르소는 구전하던 해골의 초대와 끝없는 욕망을 가진 사나이를 한 작품 속에서 재창조해 낸 것이다. 그의 기여를 통해, 돈 후안은 명백한 죽음의 위협도 두려워하지 않고 신에게도 굴복하지도 않는 인간 의지의 대표자로 간주되었고 그의 방탕과 천벌 이야기는 형이상학적 차원으로 고양되기에 이르렀다. 돈 후안의 의지가 너무나 강렬했으므로 주변 인간들은 개인으로서는 물론이고 집단으로서도(국가조차) 그에게 대적할 수가 없었다. 그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신의 개입이 필요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희곡은 이런 개입이 있을 수 없는 현실에서 근대인의 의지를 무엇으로 제어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듯하다. 한편 이 책에는 티르소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국내 초역인 [불신자로 징계받은 자]도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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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일연
중종 임신본(壬申本)을 원본으로 한 충실하고 유려한 번역!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함께, 한국 고대사를 다룬 대표적인 역사서로 꼽히는 일연의 『삼국유사』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고전 분야 베스트셀러인 『격몽요결』의 이민수가 번역한 것으로, 번역이 원문에 충실할 뿐 아니라 각주가 상세해 삼국유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 삼국유사를 좀 더 자세히, 깊이 알고 싶은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적 근거를 고조선까지 넓힌 한국 고대사와 문학의 정수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더불어 현존하는 우리 고대 사적(史籍)의 쌍벽으로 일컬어진다. 사관(士官)이 쓴 정사(正史)인 『삼국사기』에 비해 일연이라는 승려 개인이 쓴 야사(野史)인 『삼국유사』는 체재가 정연하지 못하고 일부 잘못 전해져 오는 것을 그대로 실은 면도 있지만, 고구려·신라·백제 외에도 『삼국사기』에는 없는 고조선·기자(箕子) 및 위만조선과 가락 등의 역사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고조선에 관한 서술은 오늘날 우리로 하여금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만약 이 기록이 없었다면 우리는 삼국시대 이전의 우리 역사를 중국의 사료(史料)인 『삼국지』의 「동이전」에 겨우 의존했을 것이다. 일연이 민족의 자부심을 높이고자 쓴 역사서인 만큼 중화사상이 아닌 우리 민족 주체성 위에서 우리 고대사를 바라본 최초의 역사서라는 점 또한 이 책의 가치를 더해 준다. 그리고 『삼국사기』에는 없는 신화와 전설 등이 실려 있어 설화문학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고, 정형시가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가 14수가 실려 있어 그 문학적 가치는 절대적이다.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삼국유사의 내용 이해를 돕는 상세한 주석
이 책은 이러한 『삼국유사』의 원문을 최대한 살리고, 자세한 주석으로 난해하거나 생소한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도왔으며, 한글세대가 읽기에도 편하게 하여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원문을 함께 실어 원전 그대로의 느낌을 전달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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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현대예술의거장 <빌 에반스 : 재즈의 초상>, 피터 페팅거
이 책은 재즈의 음유 시인 빌 에반스의 평전으로, <뉴욕타임스>에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1998)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저자인 피터 페팅거는 그 자신이 학구적인 클래식 피아니스트이자 에반스의 열렬한 추종자로서 매우 폭넓은 시야를 지닌 재즈팬이다. 전문 피아니스트로서의 그의 심미안은 빌 에반스 음반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재발견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에반스의 삶(개인적인 비극과 상업적인 성공)과 음악작업 (기교, 작곡방식, 앙상블에 관한 접근) 그리고 예술적 유산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데 공헌하였다.
이 책은 빌 에반스 앨범과 연주곡의 완벽한 기록이다. 심지어 작은 클럽에서 빌 에반스가 연주한 날짜와 배경, 상황까지 소개해 놓았다. 특히 뒷부분에 실려 있는 디스코그래피(discography)는 빌 에반스가 녹음한 모든 음반의 참여 연주자와 녹음 일자, 장소, 앨범의 특징, 녹음 과정 및 변경 사항 등을 모두 기록하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빌 에반스 음반의 작은 역사’를 구현해냈다. 또한 본문에는 빌 에반스의 연주 장면과 악보, 지인들의 사진 50여 컷이 실려 있다. 사진들은 원서에 있는 사진 이외에 역자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앨범 재킷의 사진들을 첨가한 것으로,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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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33. <키 재기 외>, 히구치 이치요
「키 재기」는 히구치 이치요가 죽기 10개월 전에 완성한 것으로, 그녀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직 에도 시대적인 활기가 남아 있는 요시와라 유곽을 배경으로 한 소년 소녀의 성장 이야기다.
소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미도리는 요시와라의 최고급 유녀의 동생으로, 가족들과 함께 지방에서 올라와 요시와라에 인접한 기방의 숙소에 산다. 부모는 유곽의 일을 돕고 있으며, 미도리도 장래에 언니 못지않은 유녀가 되도록 공주처럼 키워진다. 요시와라의 향락적인 분위기에 들떠서 밝고 쾌활하게 자란 미도리는 돈도 잘 썼기 때문에 ‘큰길파’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초키치를 중심으로 하는 ‘골목파’ 아이들은 이들 큰길파와 늘 대립했다. 골목파는 큰길파에 지지 않으려고 용화사 주지의 아들인 신뇨를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여 8월 축제 때 큰길파의 행사장에서 난동을 부렸다. 그것을 말리는 미도리에게 초키치는 “언니 뒤나 이을 비렁뱅이 년” 하고는 흙 묻은 짚신을 던졌다. 이 사건 이후 미도리는 그간 남 몰래 연정을 품고 있던 신뇨를 원망하게 되지만, 역시 언니가 최고의 유녀라는 사실에서 상처 받은 자존심을 달랜다. 그 후로 미도리는 학교에도 안 가고 집에서만 지내다가 11월 축제에 유녀처럼 머리를 올린 뒤로는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갑자기 어두워진다. 때마침 신뇨도 승려가 되기 위해 마을을 떠나는데, 떠나기 전 미도리네 집 문간에 남몰래 수선화를 놓고 간다.
이치요는 ‘예비 유녀’ 미도리가 요시와라의 구성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축으로, 자본주의의 파고 속에서 사회의 저변에서 살기를 강요당한, 근대의 소외자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그림으로써 에도와 메이지를 잇는 다리를 놓았다. 이것은 종래의 여성 표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는 실제로 중류 계급에서 빈곤층으로 급전직하하여 정혼자에게 파혼을 당하고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니고 힘든 노동을 경험하면서 얻은 이치요의 삶이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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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머더>, 줄리언 시먼스
추리 독자들이 기다려 온 환상의 명저!
에드거상 특별상, 평생공로상에 빛나는 추리 소설역사의 결정판이자 금자탑!
『블러디 머더』는 1972년에 처음 출간된 뒤, 추리 작가와 비평가들의 논의에 준거점 노릇을 해온 책이다. 이 책은 추리 소설의 역사 속에 등장한 작가들과 작품에 대해 어떤 작품은 걸작이고 어떤 작품은 과대평가되었을 뿐이라고 하나하나 짚어 주었다. 이런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던 일반 독자에게 이 책의 출현은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지도를 쥐어 준 것과 같았다. (평가에 불만을 품은 작가들은 그를 추리 작가 협회에서 축출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세부적인 평가에서 설혹 반론들이 제기되었다 할지라도 이는 오히려 저자가 의도한 바였다. 어떤 소설에 대한 시먼스의 비평이 가혹하다면, 그 소설의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찾아내어 반론해야 했다. 사람들은 추리 소설에 대한 담론이 베스트셀러 순위와 인기 투표, 명탐정들에 대한 가십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옛날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블러디 머더』가 지금도 추리 소설의 역사를 다룬 가장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추리 소설을 바라보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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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크로노스총서 <수학의 역사>, 데이비드 벌린스키
수의 신비를 쫓은 피타고라스에서부터 수학을 붕괴시킨 괴델에 이르기까지 2500년에 걸쳐 펼쳐지는 아름다운 지적 모험과 도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어려운 수학 증명이나 공식 등이 등장하지 않는 데에 있다. 저자는 조금은 냉소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표현으로 독자들을 수학의 세계로 인도한다. 자연수부터 시작해서 유클리드의 기하학을 다루는 증명을 지나 해석기하학과 미적분, 복소수, 군, 비유클리드 기하학, 집합, 불완정성과 현대 수학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2천 년 넘게 이어져 온 수학의 핵심 줄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수학자들의 유명한 공식과 증명법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간적인 면과 독특한 일화들을 읽다 보면 수학이 그저 머리가 아픈 학문만은 아닌, 살아 숨 쉬는 흥미진진한 세계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사실 수학자들도 여느 불우한 천재 예술가들 못지않은 삶을 살았다. 집합론을 완성해 오늘날 많은 수학책에 자신이 만든 용어와 개념을 심어 놓은 칸토어의 경우, 생전에는 동료 수학자들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하다가 만년에 정신병원에서 최후를 맞아야 했다. 불완전성 정리로 수학계를 뒤흔들었던 쿠르트 괴델 역시 사람들을 기피하며 은둔자가 되어 살다가 쓸쓸히 병사했는데, 그의 사인은 영양 부족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끝까지 수학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수학의 역사』는 그처럼 열정적으로 수학에 매진한 그들 덕분에 세워진 거대한 수의 대성당 앞에 놓일 만한 안내 책자로서 제격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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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 32 <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은 발자크 특유인 ‘인물 재등장 기법’이 최초로 사용된 소설로, 그의 작품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작지 않다. 발자크 연구자들은 1833년에서 1834년을 소설가로서의 발자크의 생애에서 결정적인 시기로 생각하고 있다. 『고리오 영감』은 바로 그 시기에 씌어진 작품으로, 저명한 발자크 연구자인 바르데슈는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1835년에는 소설가로서의 형성이 끝났다. 『고리오 영감』은 발자크의 이전의 모든 노력의 결과이며, 그의 미래의 작품의 토대이다.” 한 순진한 청년이 주변 인물들의 급속한 파국을 통해 사회의 진실을 온몸으로 깨닫게 되는 이야기인 『고리오 영감』은 발자크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자 대표작으로서, 뒷날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나 영화 『대부』에도 그 영향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번역의 대본은 가장 권위 있는 판본인 갈리마르 플레이아드 판(1979)이다. 원전의 단락 구분도 엄밀하게 유지되었으며 작가의 사소한 강조(이탤릭체)도 놓치지 않고 표시된(번역본에서는 고딕체로) 명실상부한 정본(定本) 번역이라 할 수 있다. 간혹 여타 『고리오 영감』 번역본 중에서는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1835년 2판까지 존재했다가 1839년(샤르팡티에 판)부터 삭제된 것으로서 이후 발자크가 수차례의 수정 과정에서 되살리지 않았으므로 정본에는 넣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음을 부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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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마마로 살아가기 :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그녀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가야마 리카
* 논마마(Non-mother)란?

이 책에서는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여성 혹은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앞으로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여성을 가리키는 뜻으로 ‘논마마’를 사용했다.
이 책의 저자인 가야마 리카는 올해로 58세(1960년생)가 된 자발적 논마마다. 젊었을 때는 의사가 되기 위해 학업에 매진했고, 정신과의사가 된 이후로는 일에 매달리느라 아이를 가질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논마마라는 소수자가 되었다. 남녀 고용 평등 시대에 사회인이 된 덕분에 아이보다는 일을 우선시한 것이 지금에 와서는 저출산이라는 사회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저자와 같은 경우 외에도 여성이 논마마가 되는 이유야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논마마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위축되어야 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폭력이 만연하다. “아이는 아직이야?” 혹은 “아이 없는 사람은 이해 못해.” 하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여성들은 상처받는다. 이것은 논마마 여성에 대한 ‘논마마 폭력’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육아맘의 조기 퇴근 때문에 그들은 일을 떠맡게 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 때문에 육아맘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육아를 하러 가지 못해 회사에 남아야 하는 논마마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순간이다. 또 육아맘 위주로 돌아가는 회사 분위기, SNS에서 육아일기로 호응을 얻는 엄마들, TV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셀럽들의 육아 이야기는 논마마들을 심리적인 고립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특히 어머니와의 일체화를 끊어 내지 못하는 논마마들은 정서적 독립이 어렵기 때문에 손자를 안겨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훗날 인생을 잘못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에 빠지거나 우울증에 걸릴 우려가 크다. “나는 이대로가 좋아”
저자는 이러한 심리적 관계에서 벗어나려면 비출산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논마마들이 먼저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택 사항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를 낳으면 당당하고 그렇지 못하면 위축되는 심리는 이 세상에 아이를 갖는 것이 훌륭하다는 가치관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서이고, 논마마 스스로도 그 가치관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라고 해서 반드시 자신의 인격과 일보다도 아이를 우선으로 하고 자기희생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 있는 여성이 아이보다 자신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손가락질받을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첫 번째가 나, 그다음은 남편(또는 애인), 아이는 다음이라고 해도 인간으로서 실격이라는 말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자녀의 유무가 여성의 ‘행복의 척도’인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최근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이제 일과 육아라는 극단적인 양자택일의 상황은 벗어난 것 같다고 말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이 없는 여성에 대한 담론이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약 80조 원을 쏟아부은 저출산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돈 붓기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지난 정권 대통령이 미혼이라 눈치껏 관련 복지를 축소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저출산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육아맘이 있으면 육아맨이 있고, 논마마가 있으면 논파파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당사자의 선택을 충분히 존중할 수 있는 배려와 이해가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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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사상고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부록 「칸트 철학 비판」을 국내 최초로 수록한 개정증보판!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단초 마련!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프랑크푸르트의 현자 쇼펜하우어의 대표작으로, 그는 이 책에서 당시 지배적이었던 이성주의 철학에 반기를 들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주장한다. 이성을 통해 파악되는 세계는 표상의 세계일 뿐이므로 세계의 본래적인 특성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세계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통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제1판 머리말에서 자신의 철학사상의 원천을 플라톤, 칸트, 우파니샤드라고 밝혔다. 특히 “이마누엘 칸트를 공부하지 않은 인간은 눈 뜬 장님”이라고 말할 정도로 칸트 철학을 높이 평가했으며, 칸트 철학으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이 책의 끝 부분에 칸트 철학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설명을 담은 「칸트 철학 비판」을 부록으로 실고, 머리말에 “내 저서는 칸트 철학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므로 이 부록도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이런 점에서 볼 때 부록을 먼저 읽는 게 좋을 듯싶다. 부록의 내용은 이 저서의 제1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라고 밝히며 본문을 읽기 전에 「칸트 철학 비판」을 먼저 읽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출판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는 「칸트 철학 비판」이 실려 있지 않아 이를 아쉬워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상당한 분량의 부록 「칸트 철학 비판」이 새롭게 첨가되어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단초가 마련되었다. 또한 많은 철학·심리학 용어를 새로 바꾸고 통일하였으며, 문장을 가다듬어 가독성을 높였다. 그리고 본 저서의 장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에 부합되게 간략한 제목을 달았다.
매 문장마다 거부, 부정, 체념 등을 외치고 있었다. 나는 이 책에서 세계, 삶, 고유한 정서를 볼 수 있는 거울을 만났다. 정말 대단한 만남이었다. 나는 아무런 경향성도 없는 예술의 꽃을 보았고, 질병과 치료, 추방과 도피처, 지옥과 천국을 보았다. 자기 인식에 대한 욕구가 밀려들었다. -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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